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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서울시 승진 및 전보는 공무원들이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이뤄질 전망이다. 실국장 등 부서장이 함께 일할 직원을 선택했던 ‘드래프트’제를 폐지하고 직원에게 부서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시행된다. 그러나 기본틀을 완전히 바꾼 새 인사정책에 대해선 참신하다는 평가와 함께 공직 사회의 동요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서울시는 1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시 6대 인사원칙’을 발표했다.
6대 인사원칙은 공정인사, 소통인사, 책임인사, 감동인사, 공감인사, 성장인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새 인사정책은 직원과의 원탁회의, 노사합동토론회, 직원만족도조사 등 현장의 목소리와 ‘원순씨의 고충상담실’을 통한 상담내용을 반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온 ‘공무원이 신나면 시민이 행복하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인사시스템이 연공서열을 타파해 일하는 공직 분위기 조성에는 기여했으나 지나친 경쟁으로 팀워크가 흔들리고 직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같은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실천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새 인사정책의 주요내용은 ▴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승진심사기준 선정위원회 구성․운영 ▴실국장 중심 드래프트제 폐지, 직원 중심 ‘희망전보제도’ 전환 ▴성과포인트제도 개선과 인사백서 작성해 직원 공개 ▴직원 휴가 활성화 등이다.
승진 및 전보기준, 직원이 직접 만들어...다음주 중 선정위 구성 위한 공모 들어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동안 인사부서에서 일방적으로 정했던 직원 승진 및 전보기준을 직원 스스로 만든다는 것이다.시는 이를 위해 행정․기술․기능 등 각 직렬별로 5급 이하 실무직원 20명 안팎의 ‘승진심사기준 사전선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해 직원들이 직접 승진심사 기준을 마련토록 했다. 승진심사기준은 인사 시행 전, 내부망을 통해 전 직원에게 공개해 신뢰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전보기준도 승진과 마찬가지로 5급 이하 직렬을 대표하는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전보기준 사전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이 또한 전 직원에게 공개하며 1년간 동일하게 적용해 예측 가능한 전보 기준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실국장이 직원을 선택했던 드래프트제를 전면 폐지하고 직원에게 부서 선택권을 부여하는 ‘희망전보제’도 운영한다.
단 선호부서(예: 시립대, 인사, 감사, 인재개발원 등)와 기피부서의 불균형 완화를 위해 선호부서에 대한 연속근무를 제한하고, 기피부서에 대해서는 직위공모제를 통한 공개모집을 할 계획이다. 전보를 꺼리는 부서의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다음주 중 승진 및 전보기준 선정위원회 구성을 위한 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위원 선정은 인터넷 공모를 통한 추첨이나 직원투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위원장은 선정된 위원들이 호선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소수직렬 및 여성 승진 확대...성과포인트 편법 운영 근절키로
새 인사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소수직렬 및 여성공무원에 대한 배려에 있다.
구조적으로 승진이 적체돼 있는 소수직렬의 근무평정, 승진후보자명부 통합 관리방안을 마련해 승진 적체를 완화하고 여성의 고위직 진출 확대를 위해 5급 이상 여성관리자 비율 목표를 올해 16%에서 2020년 21.6%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한다.특히 시민생활과 맞닿아 있는 현장․현업부서 직원이 승진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편법 운영’이란 지적을 받아온 성과포인트제를 전면 개선하고 인사부서가 독점하던 인사정보를 직원에 전면 공개하는 방안도 나왔다.이에 대해 서울시는 “성과포인트제는 공직사회에 성과 중심의 일하는 문화를 조성하는데 기여했지만 일부 승진대기직원에게 포인트를 몰아주거나 무임승차 등 ‘꼼수’를 낳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는 무임승차, 몰아주기 등 부정사례가 적발되면 성과포인트를 환수하고 승진심사에서 철저히 배제할 방침이다.
이 밖에 '가정화목 휴가제', '재충전 휴가제' 등을 도입해 휴가를 적극 장려하고 박원순 시장이 직원들의 인사 불이익이나 불편․개선사항을 직접 듣는 ‘원순씨의 고충상담실’코너도 서울시 행정포털 내 ‘e-인사마당’에 마련키로 했다.
장애인, 저소득층, 고졸자 채용 확대
한편 서울시는 올해 전체 신규 공무원 채용 인원의 10%를 장애인, 9급 채용인원의 10%를 저소득층, 9급 기술직 채용인원의 30%를 고졸자로 채용하는 등 사회적 약자의 공직 진출 기회를 크게 넓히기로 했다. 법정 기준보다 강화된 수치로 서울시 공무원 채용 사상 최대 비율이며 전국 최대 규모다.아울러 현장 중심의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위해 2014년까지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522명 추가 확충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승자 중심의 경쟁구도를 지양하고 직원이 공감하고 화합하는 인사제도를 운영 하겠다”며 “이를 통해 직원이 신명나게 일하고 그 성과는 시민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효과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참신하다” vs “갈등과 분영 초래 할 수 있어”
기본틀을 완전히 바꾼 인사 정책에 대한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참신하다’는 평가와 함께 그 동안 소왜됐던 소수직렬 공무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표하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준을 정하는 선정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선정과정이 직원들의 ‘인기투표’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칫 특정 정파나 이념에 따른 ‘편가르기’ 양상이 나타나는 것도 배제할 수 없어 위원회가 갈등을 촉발하고 공직사회의 분열을 초래하는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
추첨을 통한 위원 선정의 경우는 위원회 운영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로또 위원회’에 대한 대표성을 다른 직원들이 인정하겠냐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