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비용도 축소 신고..정당-선관위 모두 방관
  •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18대 국회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직 당 대표에게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받은 뒤 돌려줬다는 폭로에 따라 정치권의 ‘돈 선거’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치르는 동안 ‘현금’이 오가고 경선비용을 축소 신고하는 일이 관행처럼 계속된 것으로 드러나 총선을 3개월 앞두고 민심이 얼어붙고 있다.

    ◆ 신고액은 1억원 안팎…“표 사는 돈 빠졌다”

    우선 고승덕 의원이 ‘돈 선거’로 지목한 18대 국회의 전당대회는 2008년과 2010년으로 좁혀진다. 가장 최근에 열린 전당대회(2011년)는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다.

    2008년 7.3 전대에선 박희태 국회의장이 정몽준 의원을 제치고 대표직에 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박희태 후보는 선거자금 (후보자 등 자산+후원회기부금)으로 총 1억868만원을 신고했다. 반면 정 의원은 1,66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2010년 7.14 전대에서 대표 최고위원직에 당선된 안상수 후보는 1억4,950만원을 신고했고,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홍준표 후보는 5,755만원을 신고했다.

  • ▲ 지난해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7.4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 ⓒ 연합뉴스
    ▲ 지난해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7.4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 ⓒ 연합뉴스

    그러나 후보자들이 이처럼 제각각인 비용으로 전대를 치렀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실제 쏟아 붇는 금액은 이보다 수십 배는 많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한 여권 중진 의원은 6일 “전대 때 당협위원장에게 봉투를 주는 일은 관행이다. 지방에서 버스 태워 올려 보내는데 차비와 식비는 건네야 하지 않겠느냐. 비공식적으로 어느 당이나 다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표를 산다고 보면 쉽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위원을 목표로 하는 측과 대표최고위원을 목표로 하는 쪽은 (돈의) 규모가 다르다. 상위권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각 당협마다 (돈을) 내려 보내는 것으로 안다. 10억을 기본으로 많게는 40억까지도 쓴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조전혁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돈 봉투가 실제 오갔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밥잔치’가 벌어진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지난 2010년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다가 ‘돈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후보를 사퇴했다.

    그는 “당시 경선 출마자 몇 명은 의원이나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을 모아놓은 대의원들에게 계속 밥을 샀다. 2008년이나 2010년 전대 모두 상황이 비슷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전국 245개 당협에 300만원씩 줄 경우, 총액은 7억3,500만원에 이른다. 당세가 약한 호남 지역의 경우 대의원 동원이 표로 직결돼 때문에 지원 액수는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 선관위 신고…“현수막, 홍보책자 비용만”

    전대 입후보자는 정치자금법 40조 4항에 따라 정치자금의 수입‧지출명세서 영수증 사본, 예금통장 사본, 회계보고서를 선관위에 제출하지만 실제 회계의 투명성과는 거리가 멀다.

    후보자들이 제출하는 내역은 합법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공식적인 홍보비’에 그치기 때문이다.

    전대를 치른 경험이 있는 한 보좌진은 “보고서에는 당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규정하는 홍보물 제작, 현수막 비용 등 ‘합법적인’ 금액만 보고를 하고, 실제 선거비용에서 큰 비용을 차지하는 인건비, 식대 등을 기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 지도부 경선이 ‘금권선거’로 이어지고 있는데 정당과 선관위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처지다.

    선관위는 “정당 경선은 공직선거법과 달리 자율성이 강조돼 처벌 규정이 없다”는 입장이고, 정당은 적발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당내 징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선관위는 “정치자금법은 조사권이 있지만 정당 선거의 경우는 조사권이 따로 없다. 헌법에서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어 적극적인 개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대표 최고위원 및 최고위원 선출과 관련해 당규 39조에 따르면  금품·향응·교통편의제공 등 일체의 기부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벌칙조항으로 주의 및 시정명령, 경고 윤리위 회부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윤리위 징계는 당내 징계로 한정하고 있어 사법적 조치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규 벌칙 규정이 무서워서 돈을 안쓰는 후보는 없을 것이다. 불법행위에 대한 후보 간 고발이 잇따라도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 되는게 다반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