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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장례 以後-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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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근일 본사 고문ⓒ
김정일 장례식이 끝났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시작되었다.
그의 시대는 어떤 시대가 될 것인가? 우선 대남정책에 관한한 별로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의 북한도 여전히 ‘남조선 혁명’이라는 원칙론과 남남갈등 조장(통일전선 전술), 그리고 “햇볕 할래, 맛 좀 볼래?“를 구사할 것이다.이렇게 보는 이유는? 북한 권력층의 사고(思考)의 경직성, 그들의 특권체제를 온존(溫存) 시키려는 방어적 기제(機制), 그들의 바뀜 없는 인적(人的)구성으로 보아 그렇게 전망한다. 한 마디로, 관성(慣性)의 법칙이 작용할 것이란 이야기다.
김정은 체제는 그렇다면 안정화 될 것인가, 흔들릴 것인가? 이런 방식의 질문은 그러나 문제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런 양단간의 질문을 두고 견해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러다가는 앞으로 대북 정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두고 또 다른 남남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정이냐 불안정이냐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김정은 초기는 권력층의 위기의식이 만들어가는 '집안 다지기' 단계가 될 것이다. '집안 다지기'를 위해서는 김정은 우상화, 감시체계(surveilance) 강화, 선군정치(군사독재, 계엄통치) 강화, 주민 세뇌(洗腦)를 위한 선전선동, 대중동원(mass mobilization) 강화, 외부의 적에 대한 적개심의 가일층 고취가 필수적이다. 이것은 일종의 ‘강제된 안정화’인 셈이다.
반면에, 그렇게 구체제(ancient regime)를 고수하는 한 주민생활 개선은 요원하다. 그리고 주민의 생각도, 생활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아이 대장'의 카리스마를 내심으론 갈수록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여 갈 것이다. 북한주민들의 관심은 이미 “먹고살기 바쁜데...“ 하는 쪽으로 가 있다. 평양 특권층 먹고 사는 방법과 주민 먹고 사는 방법이 갈수록 더 따로 갈 것이다. 외부 세계에 대한 주민의 눈 뜸도 더 많이 진행될 것이다. 이것은 주민 차원의 ‘불안정 요인’인 셈이다.
문제는 이 ‘강제된 안정화’와 ‘불안정 요인’ 가운데 어느 것을 기준 삼아 우리의 대북 정책을 짤 것인가 하는 것을 두고서 우리의 국론이 분열될 수 있는 위험성이다. 결론은 자명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당분간은 이렇게 저렇게 졸속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김정은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대남 기조를 확정지을 것인지를 적어도 2012년의 새 정권 출범 때까지는 두고 보는 게 온당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내년에 보수정권이 들어설지 좌파 정권이 들어설지도 모르는 판이다. 보수가 집권할 때와 좌파가 집권할 때에 따라 북의 대남 전술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그래서 지금 같은 과도기일수록 꼭 무엇을 서둘러 해야만 하는 게 아니다. 무엇을 새로 하지 않고 정관(靜觀)하는 것도 수(數)다. 무슨 일을 벌이지 않고는 안절부절 백이질 못하는 호사가(好事家) 취미가 오히려 문제일 수 있다(북의 대남 자세가 앞으로 이렇게 이렇게 바뀌면 우리도 이렇게 이렇게 하겠다는 정도의 원칙표명까지는 있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하지만 민간차원에서는 다르다. 민간사회는 북한주민의 행복추구권이라는 기준에서 더 정력적으로 북한의 폭압체제와 인권압살과 ‘굶주림의 체제’를 고발해야 한다. 그리고 얼어붙은 북녘 땅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인간조건을 구현하라고 온 지구시민사회(global civil society)와 더불어 외쳐야 한다.
아울러 북한주민에게 더 많은 외부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북한 권력층 차원의 ’강제된 안정화‘가 북한주민 차원의 ’불안정요인‘을 일일이 다 통제할 수 없게 될수록 그것이 북한주민에겐 희망의 싹이 될 것임을 믿으면서.
결국은 또 시간과의 싸움이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