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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들, 금칠 한 우상을 파괴하라
조선일보 보도(12/27)에 의하면 서울대생들 다수는 “여당과 대통령의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만, 김정일 추모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마디로, ‘반(反)종북적 진보’의 스펙트럼(위상)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종북주의자들에게 코를 꿰인 우리 사회 좌파 동향을 돌아 볼 때 중요한 의미를 함축한다.
우리 사회 최대의 문제점 중 하나는 진보에 관한 잘못된 유행적 인식이다. 보수만 아니면 극좌 전체주의도 OK라는 게 그것이다. 그래서 김정일도 진보로 간주해서 지지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풍조는 1980년대 서울대 학생운동에도 스며들었다. 신군부에 저항한 ‘대통령 직선제 관철’과 김대중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통해서는 그들이 한국 좌파를 천하통일 하다시피 했다. 소련권 붕괴 후에도 PD(정통 마르크스주의 파)는 소멸했지만 NL(종북)은 완강하게 살아남았다.
북한에 대기근 사태가 나고 대규모 탈북사태가 나면서 NL 일부는 전향했다. 그러나 또 일부는 지금까지 집요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아니, 꿈틀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좌파 일반은 물론, 민주당, 한나라당 일부까지 그 눈치를 볼 정도가 됐다. 2중대 3중대라는 풍자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마치 NL이 진보의 표준이자 견인차처럼 돼버린 것이다.
문화계, 교육계, 학술계, 미디어, 인터넷, SNS, 대중연예계...의 좌파 선전선동을 주도하는 기조(基調)도 NL이다. 그들은 요즘엔 아예 대놓고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워버리자는 공세까지 펴고 있다.
이런 풍조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시대역행적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21세기 대명천지에서 전체주의, 1인 독재, 세습왕조, 쇄국주의, 수용수 군도(群島)를 감싸는 위인들이 이렇게 기승을 부리는 나라는 아마 한국밖엔 없을 것이다. 창피한 노릇이다.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고, 세계 좌파 망신 한국 종북주의자들이 시키는 셈이다.진보란 무엇인가? 계몽사상의 한 가닥이다. 계몽사상은 중세기와 절대왕정의 미혹(迷惑)과 압제를 깨고 이성(理性)의 시대를 열자는 것이었다. 과학과 지식과 개인의 존엄성을 살리자는 것이었다. 보수 진보도 그 한 뿌리에서 나온 두 흐름이었다. 그러다가 보수 일각과 진보 일각이 파시즘과 공산주의라는 전체주의로 일탈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은 다시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 하의 보수 진보로 낙착되었다. 이게 오늘의 세계다. 이 세계적인 추세를 거슬러 가는 것이 오늘의 한국의 종북주의 현상이다.
서울대 학생들은 1960년대 초부터 한국 학생운동을 선도했다. NL 운동에서도 아마 서울대 학생운동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뭔가 좀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서울대 학생 다수가 김정일 분향소 설치 운운을 계기로 “정부여당엔 비판적, 그러나 김정일 추모는 반대”라는 분명한 자세를 보인 것이 그 점을 말해준다. 중요한 조짐이다.
서울대 학생들이 다시 한 번 새로운 경향을 선도했으면 한다.
서울대를 비롯한 젊은 진보들이 “진보는 진보지만 종북좌파를 배척하고 서구 좌파를 기준으로”-라는 일대 전환을 할 수는 없을까? 1960년대 초 서울대 진보 학생운동의 시작도 실은 종복좌파 아닌 서구 좌파 모델이었다.자유주의 보수주의 입장에서는 물론 서구 좌파에 대해서도 비판적 이견(異見)을 가질 수 있다. 서구 좌파 자체가 그간의 복지 정책의 부정적 후유증을 부른 탓으로 지탱력을 많이 잃었다. 그러나 한국의 젊은 진보들이 서구 좌파의 기준에 따라 종북좌파만 잘라낸다 해도 그건 의미 있는 개선이 될 것이다.
학생운동은 이미 시들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젊은 엘리트들이라면 마땅히 우상파괴의 지성적 열정만은 놓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오늘의 한반도에서 파괴돼야 할 가장 대표적인 악성(惡性)의 금칠한 우상은 바로 요덕수용소 소장 김씨 세습왕조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다.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