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애도하는 사람들

      공동의 국가에 대한 공동의 애정과 존경을 공유하지 않는 세력들이 대치하고 있는 게 우리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통합진보’라는 사람들이 애국가 제창 등 국민의례를 거부하는가 하면,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는 조의(弔意)는커녕 북한소행 자체를 부인한 사람들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 김정일의 죽음에 임해서는 다투어 조문을 가겠다고 야단들이다. 이건 통상적인 의미의 민주국가의 여-야 관계가 아니라, 내전(內戰)적 마인드에서 마주 서있는 교전단체들 사이의 관계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이 실재상황을 조금도 감상적으로 호도해선 안 된다. 혼동해서도 안 된다.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해야 한다. 김정일이 누구인가? 북한 내부에서는 독재자, 학살자, 교형리요,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테러리스트, 살인자, 전범자다. 세계적으로는 반(反)인륜범죄자다. 그런 그의 죽음을 그 일부는 ‘애도’하자고 한다.

      그 일부는 1980년대 한국의 신군부를 독재, 반민주, 반인권이란 이유로 사갈시 했다. 그러면서도 그보다 천만 배 더 한 독재, 반민주, 반인권의 장본인인 김정일의 악행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 비판도 하지 않는다. 비판은 고사하고 항상 감싸주고 변호해 준다. 그런 그들이기에 그들이 천안함 폭침자, 연평도 포격범, 아웅산 폭파범, KAL기 폭파범의 죽음을 ‘애도’하고 싶어 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달 게 없다. 그게 그들의 솔직한 심정이요 감정일 것이다.

      우리는 매순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묻고 판단하면서 살아간다. 그 판단은 정확한 것이어야 한다. 정확한 판단은 정확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정확한 인식을 위해서는 현실을 환히 드러내야만 한다. 그래서 드러난 현실을 냉정하게. 연막 걷고, 얼버무림 없이, 고스란히 드려다 봐야 한다. 발가벗은 현실을 에누리 없이, 가감 없이, 눈으로 귀로 뇌(腦)로 있는 그대로 인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런 정확한 인식론으로 바라본 우리 현실은 어떤 것인가? 답은 이미 자명하다. 우리는 지금 여-야 관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사실상으로는, 의식(意識)의 차원에서는 내전적 대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것이다. 국가에 대한 공동의 애정과 충성심을 공유하지 않는데 무슨 여-야 관계인가?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