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김정은 위주로 간다”“현재 미국과 중국이 ‘김정은 체제’를 지원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에게 <뉴데일리>가 북한의 향후 정세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예상보다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앞으로 김정은 위주로 간다.”

    왜 이렇게 뻔한 대답을 내놨을까. 김 의원은 “현재 미국과 중국이 북한 ‘김정은 체제’를 지원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고, 권력 핵심인 장성택-김경희가 김정은을 옹호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르게 새로운 체제가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북한의 행로와 관련, 국내외에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김 의원은 “북한의 새로운 체제가 자리잡는 과정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뚜렷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특히 그는 갑작스러운 암살 및 하야(下野) 등 김정은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야말로 북한은 혼돈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위험)가 발생하는 것을 미국과 중국, 우리 정부가 반대하고 있고 북한 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장성택-김경희가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확률은 극히 낮다”고 잘라 말했다. 

    남·북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김정은-장성택-김경희 세 명이 곧 움직이지만, 새로운 지도부가 당분간 체제 안정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일축했다.

  • ▲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 ⓒ연합뉴스
    ▲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 ⓒ연합뉴스


    - 북한의 김정은 후계구도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 후계 체제는 사실상 시작됐다. 지난 1994년 7월 김일성이 사망한 후 김정일이 유훈통치를 통해 빠르게 후계자로 자리잡은 것처럼 김정은도 똑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장성택이 김정은의 후원 역할을 하면서 북한이 집단지도체제로 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와 고모부인 장성택이 김정은 체제를 옹호하는 형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리더만 바뀌었지 똑같은 체제라 할 수 있다.

    다만 김정일과 가까웠던 원로 그룹은 은퇴할 수도 있다. 김정은 위주의 틀을 짜야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김정일에 비해 젊고 활동력 있는 지도자가 나왔기 때문에 조직이 활기를 띄게 되지 않겠나.

    - 수개월 내 북한 내부에서 권력을 놓고 투쟁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지금으로부터 6개월쯤 뒤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자마자 내부적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 투쟁이라기보단 신임을 받기 위한 권력 경쟁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김정은 체제를 흔들 정도로 파괴적인 경쟁이 아니라 체제 내에서 신임을 얻기 위해 다툼을 벌이게 되는 모양새를 띌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 북한 내부에선 누구도 체제를 무너뜨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탓에 민간 경제그룹 속에서 어느 쪽이 더 우위에 서느냐는 문제가 갈등의 요소가 될 전망이다.

  • ▲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장성택-김경희 부부 ⓒ연합뉴스
    ▲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장성택-김경희 부부 ⓒ연합뉴스

    - 북한이 외국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떤 이유가 있나?

    ▲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했기 때문에 여유가 없을 것이다. 후계자 김정은이 어리기 때문에 잘 모르는 외국 사절들을 받아들이기에는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을 것이다.

    자랑스러울 것도 보여줄 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부 손님을 받는다는 건 무언가 과시하거나 보여줘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 북한 체제가 불안불안하니 뭐든지 보여줄 여유가 없는 것이다. 장성택-김경희와 지도부는 이러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정부의 정보력 부재 논란이 일고 있다.

    ▲ 분명히 정부는 뭔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몰랐을리가 만무하다. 첩보 수준의 정보는 있었지 않았겠나 싶다. 하지만 해석하는 데 있어 김정일의 사망으로 연결시키기에는 부족했을 것이다.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몸이 좋아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죽었으니.. 정보 연결이 안됐을 것이다. 퍼즐의 조각들을 가지고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김정일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 개인적으로 타살설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김정일의 시신을 부검했다고 해서 독살-암살으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레닌과 스탈린, 김일성까지 부검을 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그것 자체만 가지고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북한이 그러한 부분에 대한 의혹을 차단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고 생각한다.

    김정일은 건강 문제로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뇌졸증이 한번 왔던 사람에게 69세는 위험한 나이다. 회복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때문에 술과 담배를 태우고 과로를 했다. 굉장히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나.

  • ▲ 교도통신이 지난해 10월 보도한 김정일과 김정은의 대규모 열병식 관람 모습. ⓒ연합뉴스
    ▲ 교도통신이 지난해 10월 보도한 김정일과 김정은의 대규모 열병식 관람 모습. ⓒ연합뉴스

    - 북한의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개혁·개방이 시도될 경우 체제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가.

    ▲ 북한이 개방을 한다면 중국식 개방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도움 받으면 쉽사리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중국도 건재하고 있지 않은가?

    개방 과정에서 급진적 움직임이 있을 경우에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제껏 북한이 체제를 관리했던 과정에 미뤄보면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정은이 서방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아버지와 가치관이 사뭇 다르지 않겠나 싶다. 안정적으로 개혁된다면 평화적 통일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남·북 서로에게 좋지 않겠나 생각된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문제를 일으켜서 김정은이 암살되거나 하야할 경우, 너도나도 달려들어 친중-친한-친러파로 갈려 대립하다가 붕괴해버릴 가능성도 있다.

    -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가 재일동포 출신인데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 사회에 어떤 영향이 있나. 

    ▲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고영희는 조총련계 재일동포로 한때 만수대 예술단 무용수였다. 귀국자라는 사실이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질 경우 김정은의 우상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북한의 대중들이 고영희를 친숙하게 느낄 수도 있다. 지도자가 별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민적 자녀라는 측면에서 주민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