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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의 손학규
무역규모 1조 달러 돌파, 그리고 서울도심 광화문 광장에서 폴리스 라인을 돌파한 야당 지도급 인사들의 반(反)FTA 시위. 한 쪽에선 자유무역을 1조 달러로 끌어 올리려고 기를 썼고, 다른 한 쪽에선 자유무역을 ‘이완용 짓’이라고 매도하느라 기를 쓰고.
이 싸움은 이미 1960년대 초부터 불붙었었다. 한 쪽에선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 구자경 박태준이 수출입국을 외치고 있었고, 다른 한 쪽에선 데모대가 ‘매판자본’ 타도를 부르짖고 있었다. 산업화 주역들의 자유시장주의와 박현채 류(類‘)의 민족경제론’ 사이의 싸움이었다.
60년대 초만 해도 실험이 끝나기 전이라, 청년학생들은 산업화론자들의 자유시장주의가 ‘대외종속의 길’이라고 하는 ‘민족경제론’자들의 투쟁담론에 적잖이 솔깃했었다. 개방하면 먹힌다, 민족자본이 외국 다국적 기업에 당할 것이다 하는 그들의 비관적인 예측이 마치 광야의 소리처럼 울렸다.
그러나 그들의 비관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무역국가로 발 돋음 했다. 그 지질이도 가난했던 한국이 자동차, 선박,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나라가 될 줄이야 그들도 몰랐고, 그들의 프로파간다에 귀를 기울이던 학생들도 몰랐다. 고속도로를 처음 만들 때 김대중은 땅바닥에 들어 누어 반대를 외쳤다. 그러나 고속도로는 지금도 계속 뚫리고 있다. 아직도 부족해서...
이젠 “그 땐 뭘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할만도 하련만 아직도 4대강 반대다, 한미 FTA 반대다 하며 그 때 그 시절 종속이론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으니, 사람은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모양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정치적 무리수는 물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한국은 어쨌든 민주화도 해냈다. 그 짧은 기간에. 그렇다면 이제는 옛날 같은 입씨름일랑 접고 보다 진일보한 담론을 이야기 할 때도 됐는데 여전히 ‘개방=이완용’ 타령이다.
야당은 물론 항상 견제를 해야 한다. 야당의 견제는 여당의 졸속을 막고 우리의 협상력을 높여준다. 그러나 견제를 넘어 ‘매국’ ‘사법주권 팔아넘기기’ 운운하는 건 곤란하다. 우리나라에 와있는 외국기업이 우리 사법부 아닌 제3의 사법주체에 제소를 하는 것을 사법주권 포기라고 하지만, 우리 기업도 똑같이 그렇게 할 수 있다. 미국에 가있는 우리 기업이 그렇게 하면 미국이 사법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는 왜 외치지 않는가? 국제사회라는 게 뭔지를 모르는 소리다.
손학규 대표는 공부를 한 인사다. 알 만큼 아는 인사다. 정동영 이정희하고는 그래도 좀 다르다. 그런데 그런 그도 그런 사람들과 나란히 현수막을 들고 폴리스 라인을 밀고 들어갔다. 손 대표, 왜 그러시오? 정치 때문에? 그까짓 정치 안 하면 안 되오? 인텔리라는 게 뭐요? 정직하게 말해야 하는 사람 아닌가요? 한미 FTA가 정말 ‘이완용의 길’이라고 믿으시오? 아스세요. 한미 FTA는 잘 된 겁니다. 해야 합니다. 이제 그만 댁으로, 예산국회로 돌아가세요. 무역규모 1조 달러에 달한 대한민국 야당이 그래선 안 됩니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