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숙자 모녀 구출 국토대장정

      <통영의 딸 신숙자씨 모녀 구출을 위한 국토대장정>이 11월 19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총 680km, 약 1700여리를 걷는다. 단장은 <남북청년행동> 대표 최홍재. 왕년의 386, 그러나 거듭난 그다. 인간이 가장 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깨달음, 참회, 고백이다. 그는 그걸 했다. 그리고 운동에 뛰어들었다. 김정일의 반(反)인륜 범죄와 맞서 싸우는.

      한국사회의 유행적인 병폐는 문제의식다운 문제의식이 묻혀버리기 일쑤라는 점이다. 젊은이들이 FTA를 미국의 식민지 되는 길이라고 하는 금배지 단 개그맨들의 말에는 잘도 부화뇌동 하면서도, 김정일 북한에 요덕수용소가 있다는 사실, 탈북여성들이 인신매매를 당한다는 사실은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화도 낼 줄 모른다. 세상에 저럴 수가 할 줄도 모른다(그렇지 않은 기특한 소수도 물론 있지만).

      대한민국은 간난신고를 겪으면서 산업화 민주화를 성공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완벽한 나라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김정일 수용소군도에 비하면 대한민국 현대사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값진 성취물이다. 종북주의자들은 이 너무나 식별하기 쉬운 사실을 죽어도 인정하지 않는다. 희한한 것은 숱한 젊은이들이 그들의 선전선동에 놀아나 김정일의 실패는 ‘민족적’이고 대한민국의 성취는 ‘식민지’라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가짓부리에 귀가 솔깃해 한다는 사실이다. 지상 최대의 코미디 쇼가 아닐 수 없다.

      <통영의 딸 신숙자씨 모녀 구출을 위한 국토대장정>은 우리 시대의 그런 저급 무쌍(無雙)한 위선과 허위를 씻어내는 한 줄기 소나기다.

      자유의 가치는 참다운 ‘진보주의’의 존립을 위해서도 공기 같은 요건이다. ‘진보’로부터 ‘자유’를 단절시키려는 종북 전체주의자들과 싸우는 것이야말로 민주화 이후 우리 시대의 보수뿐만이 아닌 진보의 사명이기도 하다. 이 싸움에서 신숙자씨 모녀의 수난은 하나의 극적인 상징으로 떠올라 있다.

      신숙자씨 모녀는 남편과 아버지에게 이끌려 할 수 없이 북으로 갔지만, 남편더러 우리 모녀를 놔두고라도 이 기회에 어서 빨리 밖으로 탈출해 우리를 구출하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리고 자신과 두 딸은 요덕으로 끌려갔다. 그녀의 처절한 인신공여(人身供與)가 시작된 것이다. 나이 들고 병약한 그녀 혼자서 한반도 비극의 원점 김정일의 흉포한 독재에 온몸을 던져 사투하고 있다. 이게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가슴을 치지 않는다면 그런 젊음이 있다는 것은 수치다. 아니, 젊음이 아니다.

      웃기는 반미 좌파영화 나부랭이 한 편 보고 홀딱한다는 요즘의 청소년 세태다. 신숙자 씨 모녀의 고난은 그러나 영화가 아니다. 핏 덩어리가 뭉클뭉클 묻어나는 생생한 실화다. 가짜엔 감동하고 진짜엔 무덤덤한 그 대책 없는 도덕적 해이의 끝은 무엇일까?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