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계개편 감상법
-
신당론이 여기저기서 논의되거나 착수되고 있다. 민노당과 일부가 이미 합치기로 했고, 민주당이 ‘혁신과 통합’ 측과 신당논의에 들어갈 채비다. 그리고 안철수 주변 인사도 신당을 운운하고 있고, 박세일 씨가 ‘중도통합’ 신당을 발설하고 있다.
민노당이 어떤 정당인지는 새삼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종북주의 배척’을 내걸고 민노당은 안 된다며 떨어져 나왔던 노회찬 심상정, 둘 다 참 싱거운 사람들이다. 그럴 바에야 거기 그냥 눌러앉아 있을 것이지 왜 굳이 이혼했다, 재결합 했다, 변덕이 죽 끓듯 한 것인지 영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심심했나?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의 신당? 신당보다는 신장개업이라 해야 맞다. 열린 우리당 재판(再版)이라는 소리도 있지만, 그 면면들이 ‘열린 우리당+원외(院外) 좌파 운동그룹’이라는 점에서 ‘촛불’ 전문가들이 등판할 모양이다. 민주당적이던 것을 더 왼쪽으로 당기려 하면서. 이 과정에서 민주의 지역적 지분과 응집력이 과연 어떤 포즈를 취할지가 약간의 추가 관심거리다.
이 판에서 손학규의 ‘대통령 꿈’은 지속력이 있을까? 자칫 잘 안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발생 도상에 있다. FTA를 계기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초강경파가 돼버린 손학규 식 ‘세상사는 법’-이런 처신을 이쪽인들 저쪽인들 사람들이 과연 좋아할까? 덕윤신(德潤身, 덕이 사람을 빛낸다)이라 했거늘...당 최고위에서 정동영에게 ‘종북’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던 그를 기억하고 싶다.
안철수 교수는 사회과학적 인식에서는 아무래도 좀 ‘운무(雲霧)’인 것 같다. 무당파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치면서도 하는 건 좌파와의 동침이었으니. 그게 어떻게 무당파인가? 박근혜 씨를 위협할 정도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액면만큼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순수 무당파 운동으로 일관하면서 제3의 독자 정치세력으로 나갈 것인지, 아니면 무당파로 시작은 했지만 결국엔 좌파와 합류할 것인지, 양단간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게 지식인이자 공인의 도의일 것이다.
박세일 씨가 말하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결합이라는 것은 논리의 차원에서는 설정해 볼 수 있는 가설이다. 그러나 이미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짝 갈라진 한국 정치지형(여기에 중도가 있을 수 있나?)에서, 이쪽에서 조금 저쪽에서 조금 떼어내 반죽을 한다는 게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해보지도 않았는데 속단으로 초 치지 말라고 할까봐 단정은 하지 않겠다. 논리적 당위와 현실의 사세(事勢)는 반드시 일치하는 게 아니라는 일반적인 경험법칙만 상기할 뿐이다.
어차피 재편하겠다면 재편이야 될 것이다. 그러나 열 번 재편한다 해도 전체 한국정치가 가는 길은 여전히 한 가닥이다. 천안함은 누가 폭침했느냐 하는 질문에 대해 김정일이다 아니다, 둘 중 어느 대답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 이건 절대로 재편되지 않을 기준이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