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FTA 통과 아니면 자폭(自爆)을

  •   이제 논쟁할 만큼 논쟁했고 토론할 만큼 토론했다. 한나라당은 지체 없이 한미 FTA 비준안을 다수결 원칙에 따라 통과시키든지, 아니면 자폭할 일만 남았다.

      ISD(투자자 국가소송제)는 미국 투자자가 한국에서 손해를 볼 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 투자자가 미국에서 손해를 볼 때도 해당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상호성이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민노당은 마치 우리가 사법주권을 일방적으로 미국에 넘겨주는 것처럼, 말 같지도 않은 말들을 하고 있다. 이런 억지를 더 상대해서 뭘 하겠나?

     문제는 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다. 민주당이야 한나라당 골탕 먹이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게 돼 있다. 그리고 민노당은 반미 (反美)를 존재이유로 삼는 사람들이다. 이래서 여-야 합의 통과란 절대로 안 되게 돼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끝장토론을 며칠 씩 해서 최선의 성의를 보였다. 김종훈 통상교섭 대표는 못들을 소리까지 들었다. 그런데도 야권은 막무가내다.

      그렇다면 이젠 한나라당이 만난을 무릅쓰고 할 일을 해야 할 차례다. 무얼 망설이는가? 한나라당이 주뼛주뼛, 당연히 해야 할 바를 안 하는 것이야말로 이 국면 최대의 스캔들이다.

      한나라당은 강행통과를 했다가 혹시 내년 전쟁(총선)에서 죽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한미 FTA 비준안이 죽는 것은 괜찮은가?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전쟁에서 죽을까 안 죽을까를 타산하기 전에, 아니 설령 죽을 것 같은 예감이 들더라도, 옳은 것이 무엇이고 그른 것이 무엇인가부터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서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하다가 죽는 것은 공인 된 자의 도리이자 영광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그러라고 유권자들이 국회의원씩이나 시킨 것이지, 공연히 비행기 1등석 타고 왔다리 갔다리 세금 축내며 폼이나 잡으라고 그 자리 줬나?

      한나라당은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한미 FTA를 즉각 처리하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장렬히 전사하라(이런 각오를 하면 오히려 산다). 그걸 정히 못 하겠다면 금배지 반납하고 당도 해체하라. 어쩌다가 저런 못나니 여당을 보고 살게 됐는지...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