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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가 ‘오직 하나뿐’인 드라마
“지금처럼 ‘대세론’ 운운하며 단수 후보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변화무쌍한 현 정세에서 매우 위험하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11월 7일 프레스 센터에서 있은 <미래연합> 초청강연에서 한 말이다.
박근혜씨는 물론 한나라당의 유력한 자산이다. 그러나 박근혜씨 혼자 뛰어가는 것은 우선 흥행 효과가 낮다. 몇 명이 나와서 경쟁하고 게임하고 논쟁하고 엎치락 뒤치락 하는 드라마 효과가 있어야 시청자를 붙잡을 수 있다.
야권(野圈)에는 요즘 볼거리가 많다. 민주당의 당내 논쟁, ‘혁신과 통합’파의 움직임, 친노 그룹의 동향. 안철수 현상, 손학규, 문재 인...이렇게 이야기 거리가 많아야 고객을 끌 수 있다. 이에 비한다면 한나라당은 ‘위기 속 태평성대’ 환각에 잠겨 있다. 뭐라고 떠드는 소리가 있다면 그저 실세 아닌 홍준표 선수의 구설(口舌) 정도랄까?
요즘 정치는 완전히 연예물처럼 돼가고 있다. 유력 정치인들은 일종의 배우들이다. 그들은 눈길을 끌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볼 게 없군” 하고 채널을 돌려 버린다. 이점에서 한나라당의 ‘대세론’이라는 것은 드라마로서 재미가 덜하다. 뻔할 뻔자니까. 게다가 출연 배우도 꼭 한 사람, 그것도 거의 판토마임(무언극)에 가깝다.
김문수 지사가 어떻다 이야기 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그가 말한 “대세론은 위험하다”는 문구를 교과서 같은 일반론으로 간주해 인용하는 것뿐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오로지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것 하나만 믿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라도 믿는 데가 있는 것은 한나라당의 그 나마의 행운일지 모른다. 그러나 “오직 하나만 믿는다”는 식의 배수진(背水陣)은 너무 아슬아슬하지 않은가? ‘오직 한 사람’주의는 또한 전체주의 정당에서나 있을 일이지, 자유민주 정당답지는 않은 모습이다.
한나라당엔 사람이 그토록 없는가? 어떻게 ‘오직 한 사람’뿐인가? 용약 뛰어나와 멋지게 겨루다가 지면, 이긴 사람 손 번쩍 들어주는 그런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영 볼 수는 없는 것인가?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i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