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텐트>론 주축 ‘희망과 대안’ 부상-민주당 몰락-친노 부진...박원순 세력이 주류로
  •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 범 좌파 단일후보가 승리했다. 이로써 자칭 ‘민주개혁진보평화세력’은 연간 25조 원의 예산, 인구 1,000만 명의 거대 도시를 장악했다. 뿐만 아니라 <진보집권플랜>의 1단계도 성공했다.

    ‘안철수’라는 ‘스타 플레이어’로 성공한 <빅 텐트> 이론

    박 당선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몰아주기' 덕분에 지지율이 5%에서 50%로 수직상승했다. 안철수-박원순 커플의 느닷없는 등장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한순간에 정치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 뒤에는 <진보집권플랜>과 <빅 텐트>론이 있다.

  •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조 국 서울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가 지은 '진보집권플랜'. 종친초 좌파 진영은 물론 친노 진영도 이 책을 따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조 국 서울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가 지은 '진보집권플랜'. 종친초 좌파 진영은 물론 친노 진영도 이 책을 따르고 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사장과 ‘강남좌파’로 불리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개월 동안 ‘집권전략’을 논의한 뒤 2010년 11월 5일 <진보집권플랜>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된 소위 ‘486세대’에 대한 문제 제기와 반성, 무상급식, 재벌 문제, ‘나쁜 일자리(비정규직)’ 논란, 80년대 프랑스 좌파정권을 모델로 한 교육개혁 등을 다뤘다.

    또 검찰개혁, 민란 프로젝트, 올리브 동맹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오 대표와 조 교수는 ‘진보의 고속도로를 만들자’는 결론을 낸다. 이를 구체화한 게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개최한 ‘북 콘서트’다.

    이들이 ‘콘서트’를 열자 그동안 숨죽였던 '종북-친북-촛불군중'(이하 종친초) 좌파 세력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콘서트’를 통해 ‘진보-개혁진영의 대통합’을 주장하면서도 “합당과 같은 화학적 결합 말고, ‘올리브 동맹’과 같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올리브 동맹’이란 경기 지역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종친초-좌파 진영이 정당별 후보를 내지 않고 ‘단일후보’를 내되 정당과 조직은 그대로 유지했던 것을 말한다. 오 대표와 조 교수는 여기에 착안해 ‘지금 필요한 건<빅 텐트>라고 외쳤다.

    <빅 텐트>론이란 "야 5당이 합당이라는 ‘화학적 결합’을 하지 않고, 이른바 자칭 ‘진보 진영’이라는 ‘거대한 텐트’ 속에서 단일후보를 선출한 뒤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전술"이다.

    안철수 원장은 이런 <빅 텐트>를 만들기 위한 ‘지주대’로 안성맞춤이었다. 지주대 역할을 하려면 우선 정치색이 옅고 롤 모델로서 2030세대들이 좋아할 사람이 필요하다. 안 원장은 여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었다. 안 원장은 아름다운 재단을 매개로 수 년 동안 좌파 진영과 인연을 맺었고, 자수성가한 엘리트였다.

    <진보집권플랜> 1단계: 투쟁노선과 목표 따라 헤쳐모여

    이들의 주장은 책 발간 전 이미 실행에 옮겨졌다. 2010년 8월 하순. 친노(親盧)진영이 움직였다. 대표적인 親盧연예인 문성근 씨가 ‘100만 민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촛불 시위 이후 숨죽였던 친노 진영은 ‘민란 프로젝트’ 깃발 아래 모였다.

    ‘진보진영 단일정당 창설요구’라는 구체적인 목표 아래 모인 친노 진영의 ‘민란 프로젝트’는 서울, 광주, 대구 등을 돌며 1년 사이 14만 명을 모았다.

    ‘민란 프로젝트’가 ‘예상 외 성공’을 이루자, ‘내가 꿈꾸는 나라’와 ‘진보의 합창’과 같은 ‘유사 연대단체’도 나타났다.

  • ▲ 친노 진영은 문성근 씨를 중심으로 '민란프로젝트'를 구성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이미 14만 명의 '회원'을 모았다.
    ▲ 친노 진영은 문성근 씨를 중심으로 '민란프로젝트'를 구성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이미 14만 명의 '회원'을 모았다.

    ‘내가 꿈꾸는 나라’는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전(前)상임대표와 김기식 前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공동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내가 꿈꾸는 나라’ 준비행사에는 야당은 물론 종친초-좌파 세력 중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조 국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등도 운영위원, 준비위원장 등을 맡았다.

    이 때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민노당 이정희 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등 소위 ‘야5당’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문성근 민란프로젝트 대표도 참석했다.

    ‘불법폭력투쟁’과 ‘종북발언’으로 유명했던 민노총 등 강성노조와 단체들은 따로 모였다.

    김영훈 민노총 위원장과 박석운 진보연대/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공동대표, 강정구 前동국대 교수,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전국수의사연대 정책국장,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촛불시위 당시 상황실장),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이사장, 배옥병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대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등은 지난 4월 기자회견을 갖고 ‘새로운 진보정당 창설’을 목표로 한 단체 설립을 제안했다.

    이들은 6월7일 ‘진보의 합창’이라는 단체 출범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9월 말 기준 참여인사는 1,645명이다.

    ‘내가 꿈꾸는 나라’는 종친초-좌파 진영 활동가 등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1,000여 개의 다른 주제를 가진 조직(커뮤니티) 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보의 합창’은 각 지역에서 노조가 중심이 된 커뮤니티를 결성하려 한다.

    이미 인천과 울산, 창원, 전주에서는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기존의 종친초-좌파 단체와 매체의 광범위한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세 연대단체는 2011년 하반기 새로운 깃발 아래 모이기 시작했다. 이름만 봐서는 종친초-좌파 색채가 전혀 없는 ‘혁신과 통합’ ‘희망과 대안’이 그들이다.  

    진보집권플랜 제2단계: <빅 텐트> ‘혁신과 통합’, ‘희망과 대안’

    2011년 8월 17일. 국회도서관에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이해찬 前총리, 김두관 경남지사, 김성재 김대중도서관 관장, 조 국 교수 등이 모였다. 이들은 "복지, 평화, 생태 등 우리 앞에 주어진 새로운 시대정신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의회권력교체,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진보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며 모였다.

  • ▲ 2단계 연대체 '혁신과 통합'의 홍보포스터.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희망과 대안'은 어버이연합의 저지로 출범식도 열지 못했다.(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해찬, 문성근, 조국, 문재인)
    ▲ 2단계 연대체 '혁신과 통합'의 홍보포스터.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희망과 대안'은 어버이연합의 저지로 출범식도 열지 못했다.(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해찬, 문성근, 조국, 문재인)

    이후 문성근 ‘민란 프로젝트’ 대표가 주축이 돼 ‘혁신과 통합’이라는 야권통합추진기구를 결성했다. ‘혁신과 통합’은 8월17일 기자회견을 가진 뒤 8월30일 서울, 9월 1일 창원, 9월 2일 광주에서 정치콘서트를 개최했고, 9월6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발족식을 가졌다.

    ‘혁신과 통합’은 종친초-좌파진영의 핵(코어)으로 급부상하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친노 진영’이 서 있다.

    이들의 요구는 ‘진보 진영의 화학적 결합’, 즉 <빅 하우스>론을 편다. <빅 텐트>론으로 4.27 재보선에서는 승리했지만,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 계열’의 기득권 때문에 현재 민주당으로는 ‘집권플랜’을 가동할 수 없으니 통합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2009년 10월19일 박원순 당선자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재직하면서 ‘희망과 대안’이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희망과 대안’은 박 당선자를 중심으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2010년 6.2 지방 선거에서 ‘좋은 후보 만들기’, 정치연합을 위한 담론 형성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며 총선과 대선에서도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희망과 대안’은 설립 때부터 ‘시민사회단체의 현실 정치 참여’를 내걸었다. 지난 4.27 재보선 때에는 다른 단체들과 함께 활동하다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 당선시킴으로써 전면에 등장했다.

    진보집권플랜 3단계: <빅 텐트>냐 <빅 하우스>냐

    오 대표와 조 교수가 알린 ‘진보집권플랜’은 10.26 재보선으로 2단계까지 성공했다. 그렇다면 3단계는 어떻게 진행될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10.26 부산 동구청장 재보선이다.

    부산 동구청장 재보선에는 정영석 前부산환경시설공단 이사장(한나라당 후보)과 이해성 前청와대 홍보수석(민주당 후보)이 맞붙었다. 구청장 재보선에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사람이 출마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사실 부산 동구청창 재보선은 친노 진영과 종친초 좌파 진영 간의 ‘타이틀 매치’에 가까웠다. 친노 진영의 경우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상주하다시피 하며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 올인(다걸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 ▲ 10.26 재보선 출구조사 후 미소를 짓는 박원순 당선자. 그의 미소에는 다양한 뜻이 숨어 있다.
    ▲ 10.26 재보선 출구조사 후 미소를 짓는 박원순 당선자. 그의 미소에는 다양한 뜻이 숨어 있다.

    이와 맞물려 종친초 좌파 진영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결과적으로 친노친영은 실패를 맛봤고 종친초 좌파 진영은 성공의 단맛을 느꼈다.

    이 ‘타이틀 매치’는 <빅 텐트>냐 <빅 하우스>냐를 판가름하는 것이었다. 결국 10.26 재보선에서 박원순은 승리하고, 지난 4.27 재보선 김해 패배에 이어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빅 하우스>를 원하던 친노진영은 주도권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2012 총선에서는 ‘희망과 대안’이 만든 <빅 텐트> 아래 친노 진영과 종친초 좌파 진영에서 단일후보를 내세워 진보집권플랜 3단계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