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외치던 시민단체, 여의도 정치권력 나선다
  • ▲ ▲지난 10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내가 꿈꾸는 나라'의 창립식 및 후원회가 열렸다.
    ▲ ▲지난 10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내가 꿈꾸는 나라'의 창립식 및 후원회가 열렸다.

    '좌파 시민단체'의 대부(代父)라는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에 취임하면서 좌파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시민단체가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좌파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내가 꿈꾸는 나라’(이하 내나라)는 지난 10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창립식을 겸한 후원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내나라'는 좌파 시민단체들이 2009년 10월 당시 다가올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 단일후보를 내기 위해 만들었던 ‘희망과 대안’처럼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직접 참가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내나라'에는 참여연대ㆍ경실련ㆍ환경운동연합 등 주요 좌파 시민단체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에 박원순을 서울시장으로 만들었고, 야권 통합신당 추진단체인 ‘혁신과 통합’의 주축이다. 내년 총선에도 단체 관계자 다수가 출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나라'는 현재 남윤인순ㆍ이용선 ‘혁신과 통합’ 공동대표와 이용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前공동대표, 조국 서울대 교수 등 6명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 ▲ ▲(사진 왼쪽부터) 손학규 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조 국 서울대 교수.
    ▲ ▲(사진 왼쪽부터) 손학규 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조 국 서울대 교수.

    이날 행사에서 이들은 “그동안 시민ㆍ사회단체는 정치인을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역할만을 했으나 앞으로는 이런 역할을 뛰어넘어 직접 정치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이를 위해 우선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도 혁신적인 야권통합을 이뤄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내나라'에서는 김기식 '혁신과 통합(친노 진영을 다수 포함한 통합신당 추진단체)' 공동대표를 포함, 이미 상당수가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내나라'는 한 번의 선거를 위해 만든 게 아니다. 오는 2012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본격적인 시민정치운동 조직”이라고 말했다.

    민만기 '내나라' 집행위원장도 “'내나라'는 정치 분야에서의 시민사회운동을 계속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단체다. 그동안 (내나라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시민운동영역에서 당시 박원순 후보를 당선시켰다.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 ▲박원순 서울시장.
    ▲ ▲박원순 서울시장.

    이번 창립식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신경민 前MBC 아나운서, 문성근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 등 좌파진영의 주요 인사 50여명이 참가했다.

    손학규 대표는 축사를 통해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처럼 민주ㆍ진보 세력이 하나가 돼야 한다. 내년에는 새로운 희망의 나라, 내가 꿈꾸는 잘 사는 나라를 꼭 이뤄내자”고 호소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전까지는 시민ㆍ사회단체는 정치와 독립해 견제와 균형을 갖추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후퇴한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정치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 ▲ ▲손학규 민주당 대표.
    ▲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와 관련, 권력을 견제해야 할 시민단체가 정치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 누가 정치를 감시해야 하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박 시장 당선 직후인 지난 10월 27일 성명서를 통해 “박 시장은 시민운동을 (정치에) 이용하거나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박 시장은 시정운영에 있어 시민운동과의 관계정립을 분명히 하길 바란다. 이제 시민운동가가 아닌 정치가인 만큼 시민운동과의 명확한 단절이 본인에게도, 시민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이유였다.

  • ▲ ▲문성근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
    ▲ ▲문성근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