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의회의 12일(현지시간) 이행법안 처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국 내 비준 절차가 사실상 끝났다. 2007년 6월30일 양국이 협정에 공식 서명한지 4년 3개월여만이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미간 FTA 협상은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 시작됐다. 2006년 2월 당시 노 대통령은 "개방과 경쟁을 통해 세계 일류로 가겠다"면서 FTA 협상 착수를 결정했다.
    양국은 이후 총 8차례의 공식 협상을 통해 2007년 4월 초 협상을 타결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한미 양국 내에서 FTA 문제는 진통을 거듭했다.

    미국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공화당의 조지 부시 행정부가 타결한 한미 FTA에 대해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를 이유로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자동차 분야에서의 양국간 심각한 무역역조 현상을 지적하면서 한미 FTA 보완 필요성을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했다.

    결국 부시 행정부의 한미 FTA 비준은 좌절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초에도 무역정책에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낳은 미국 내 새로운 정치, 경제적 환경이 오바마를 움직이게 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일자리 창출이 우선순위로 부상하면서 오바마의 생각도 바뀌었다.

    분기점은 2010년 6월 캐나다에서 열린 토론토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마련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때 처음으로 한미 FTA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밝혔다. 11월까지 쟁점을 해소하고 2011년 초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백악관 내에서는 한미 FTA를 미국내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생각이 확산됐다. 미국은 자동차 분야 등 자신들의 우려 사안에 대한 추가협상을 원했고 한국은 이에 응했다.

    추가협상이 지난해 12월 타결된 뒤 오바마 행정부의 비준 준비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돌출변수들이 도처에서 불거져 비준 일정은 연기를 거듭했다.

    민주당 내 일부 의원은 쇠고기 문제에서 만족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공화당은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FTA 비준 없는 한미 FTA 단독 비준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백악관은 실직자 훈련 프로그램인 무역조정지원(TAA) 연장안 처리에 공화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FTA 이행법안을 제출할 수 없다고 연계 방침을 내세우며 의회와 각을 세웠다.

    미국 정치권이 재정적자 감축 협상에 올인하면서 한국 정부가 원했던 여름 휴회전 FTA 비준도 무산됐다.

    여름 휴회 중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는 극적인 타협을 이뤘다. 이명박 대통령의 10월 국빈방미라는 한미관계의 중요한 이벤트도 비준 일정을 앞당기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번 타이밍을 놓쳤다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한미 FTA 비준이 무한정 지연됐을 가능성도 있었다.

    협상개시 선언 5년 8개월만에 한미 FTA는 미국 내 비준 절차를 사실상 완료했고 바통은 한국으로 넘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