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 포퍼의 충고 "내 인생은 내가 살아야 한다" 
      
    '열린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평등한 존재 
    金泌材    
      

  • ▲ 과학철학자 칼 포퍼ⓒ
    ▲ 과학철학자 칼 포퍼ⓒ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저자(著者_인 과학철학자 칼 포퍼(Karl Raimund Popper)는 공산주의와 파시즘, 그리고 그것의 시조(始祖)가 되는 플라톤과 헤겔 철학을 묶어 ‘열린사회의 敵’으로 규정했다.

    포퍼가 말한 ‘열린사회’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열린사회’는 개인주의(個人主義) 사회이다.

    ‘열린사회’에서 사회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인들의 집합으로 파악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은 전체의 일부가 아니라 개체로서 자유와 권리를 갖는다. 개인은 독자적 판단을 내리고 결과에 책임을 진다. 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니다. 부모의 잘못도 아니고, 사회의 잘못도 아니다. 설사 그들의 잘못이라고 해도 그들이 내 인생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다. 내 인생은 내가 살아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운명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다. 

    둘째, ‘열린사회’는 비판을 수용하는 사회이다.

    이것은 포퍼의 과학관으로부터 나오는 개념이다. 즉 반증(反證) 가능한 것만이 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비판이 허용되는 사회만이 ‘열린사회’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어떤 것도 독단적인 권리를 가질 수 없다. 사회규범도 인간이 만든 것으로서 비판의 대상이 되며, 그러한 비판이 타당한 것으로 합의될 경우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정부의 정책도 비판의 대상이 된다. 정부의 정책은 이성과 경험의 테스트를 받아야 하며, 그렇게 될 때 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다. 비판을 허용하는 ‘열린사회’는 서로 상충하는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엇갈리는 목표들이 다양하게 추구될 수 있는 다원적인 사회이다.

    셋째, 열린사회는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이다.

    ‘열린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평등한 존재이다. 어떤 개인이 극단적인 빈곤에 처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평등한 존재로서의 개인의 위상이 위축된다. 따라서 사회의 구성원은 굶어죽는 것이나 경제적 파멸의 두려움으로 인해 불평등한 관계 속으로 빠져 들어가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이다. 그런데 국가는 언제나 권력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열린사회’에서 국가는 必要惡으로 규정된다.

    넷째, ‘열린사회’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이다.

    국가는 권력을 남용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피지배자(시민)는 지배자(정부)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권리는 지배자를 교체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는데, 다만 그 과정에서 폭력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다수의 지배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정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허용하고 평화적 방법을 통한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하는 자유민주주의이다.

    포퍼는 항상 틀릴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유한함을 보완해 주는 사회가 바로 ‘열린사회’이며, ‘열린사회’만이 인간의 오류를 최소한으로 줄여 줄 수 있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금수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남고자 한다면 오직 하나의 길이 있을 뿐이다. 그 길은 열린사회의 길이다.”

    포퍼의 이 같은 주장은 모든 문제의 근원을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外部)에서 찾으려는 한국인들, 특히 젊은이들이 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外部)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찾을 때 그 해결방안도 나올 것이다. 인간의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김필재(金泌材)/spooner1@hanmail.net
     (조갑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