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충주, 칠곡 등 여권 텃밭에서도 ‘고전’밀실, 낙하산 공천 의혹 터져…유력 인사 대거 이탈
  • “중앙당에서는 여기저기 ‘쩍쩍’ 금 가는 소리가 들리기는 하련지…”

    10·2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지방 정치권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중앙당이 서울시장 선거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텃밭으로 생각했던 PK(부산 경남), TK(대구 경북) 민심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각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텃밭에서조차 야권 후보들에게 근소한 우위를 보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지역에서는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자치단체장 선거 ‘밀실공천’, ‘낙하산 공천’ 의혹까지 터져 나오면서, 유력 인사들이 한나라당을 대거 이탈하는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 이후 한나라당이 10.26 재보선에서 서울시장 선거에만 집중하면서 PK, TK 등 지방 텃밭이 무너지고 있다.ⓒ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 이후 한나라당이 10.26 재보선에서 서울시장 선거에만 집중하면서 PK, TK 등 지방 텃밭이 무너지고 있다.ⓒ연합뉴스

    ◇ 안철수 신드롬, 산 넘고 강 건너 부산 동구까지

    동남권 신공항·저축은행·한진중공업 사태 등 올 한해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했던 부산의 민심 이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PK 출신 안철수 교수와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돌풍을 등에 업은 형국이다.

    첫 시험대가 10.26 부산 동구청장 재보선이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박한재 청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가 확정되면서 다시 선거를 치른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이 잇달아 4선을 한 전통의 한나라당 텃밭에서 무소속 구청장이 당선된 것만 봐도 민심이 얼마나 뒤숭숭했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선거 결과 정 의원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무소속 박한재 후보가 55% 득표율로 44%를 득표한 한나라당 박삼석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설욕을 다짐 중인 한나라당이 내세운 후보는 정영석(60) 전 부산시 기획관리실장. 행시 23회 출신으로 금정구·해운대구 부구청장, 부산시의회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4당은 단일화를 통해 이해성(58·민주당)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을 내세웠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한편, 지역 명문 부산고 출신이다.

  • ▲ 동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부산 찾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연합뉴스
    ▲ 동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부산 찾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연합뉴스

    인물론에서는 한나라당이 우세하다는 평이다. 정 후보가 오랫동안 부산에서 행정을 맡아왔고 지역정서를 잘 안다는 것이 중론.

    하지만 결코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지난 3일 한 여론조사기관이 800명에 대해 전화설문을 했을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비해 지지율에서 10% 가량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었다. 그러나 매주 주말 여론조사를 하면서 그 격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했던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의 턱밑까지 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대외비'라면서도 공개해왔던 수치를 이번엔 아예 공개조차 않고 있다.

    28일 지원차 찾아온 홍준표 대표도 민심의 이동을 절실하게 실감했다. 홍 대표는 이날 부산 동구 수정시장을 찾아갔다가 쏟아지는 직책에 “그게 참 문제네요”라며 민심 달래기에 바빴다.

    부산지역 한 국회의원은 “민심이 심상치 않다. 무소속 당선만으로도 충격에 빠졌던 한나라당 부산시당이었다. 만약 민주당 구청장이 탄생한다면 내년 총선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 ▲ 지난 28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부산 동구청장 선거 지원차 수정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28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부산 동구청장 선거 지원차 수정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 충주시장 선거, 한나라당 인사 대거 탈당

    마찬가지로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인 충주시도 다음달 26일 시장 선거를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여기서는 중앙당이 선정한 공천자에 대한 불복 현상이 점입가경이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이종배(54) 전 행정안전부 2차관을 후보로 최종 결정했다. 재보선에서 갑자기 중앙정부 출신 인사가 후보로 내려오자 지역구를 좌지우지했던 한나라당 인사들이 ‘낙하산 인사’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공천을 받지 못한 한나라당 예비 후보들은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감행, 분위기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낙천한 김호복 (63·전 충주시장)예비후보는 26일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 예비후보의 탈당은 한창희(57·전 충주시장)예비후보와 이재충(58·전 국민권익위 상임위원) 예비후보에 이어 세 번째다.

    비록 이재충 예비후보는 무소속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한 예비후보는 여전히 선거완주를 다짐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호복 후보는 그동안 공천에 강하게 반발하며 중앙당에 재심사를 수차례 요구해왔고 전임 시장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무척 껄끄러운 상대다.

    김 후보는 "당의 공천심사가 잘못됐고 당의 발전과 화합을 위해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과 공천 재심사를 중앙당에 제의했다"며 " 재심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달 초 탈당한 뒤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의 뒤에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충주지부가 지원군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최근 박사모 중앙상임 고문으로 위촉됐다.

    위기감을 느낀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김 예비후보와 한 예비후보의 무소속 출마를 “후안무치한 행태”라며 비난했다.

    도당은 “당의 결정에 승복하지 못하고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발상으로 출마하는 것은 민주당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기겠다는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두 예비후보는 당의 결정에 깨끗이 승복하고 지역발전에 헌신하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

  • ▲ 27일 충주시장 재보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박상규 후보가 경선에 참여한 다른 후보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27일 충주시장 재보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박상규 후보가 경선에 참여한 다른 후보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낙천자들의 탈당이 잇따르는 한나라당에 비해 민주당은 ‘대동단결’하고 있다. 27일 충주문화회관에서 개최한 경선을 통해 민주당은 박상규(74·전 국회의원)예비후보가 시민여론조사와 당원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공천을 확정했다.

    민주당 경선에 박 공천자와 경합을 벌였던 낙천자 3명은 사전 약속에 따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이들은 “경선 결과에 무조선 승복하며 경선에 탈락한 후보 3명은 민주당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 칠곡군 밀실공천 논란,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 '비틀'

    TK(대구·경북) 지역으로 꼽히는 칠곡군수 재보선은 더욱 혼탁하다.

    이 곳에서는 한나라당이 백선기 칠곡군수 예비후보(전 청도부군수)를 후보로 결정한 이후 무소속 후보만 10명이 난립 중이다.

    이번에는 ‘밀실 공천’이 논란이 됐다. 한나라당 후보로 선정된 백 후보가 직전까지 청도 부군수를 지낸 인물이라는 것이 무소속 난립의 원인이다.

    이 지역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현재 공천에서 낙천한 이들이 모인 ‘무소석 연대’에서는 백 후보를 두고 “청도부군수로 있다가 갑작스레 고향에 내려와 칠곡군수에 도전한 것을 보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라며 공천과정을 비판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백 후보의 지지율이다. 선거를 불과 한 달을 남겨둔 시점에서 백 후보의 지지율은 겨우 2자리를 넘긴 상태. 그나마도 백 후보가 공천을 받기 전에는 5%도 채 되지 않았다.

    반면 무소속 연대를 이루고 있는 김경포 전 칠곡군 기획감사실장, 배상도 전 칠곡군수, 박창기 전 칠곡군의회 의장 등의 지지율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이들은 본 후보 등록 이전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하고 공동 선거전을 준비하고 있어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이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가장 높은 지지율을 달리고 있는 한 예비후보 관계자는 “계속되는 선거에 후보는 물론 유권자들도 지쳐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지역과 동 떨어진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 더욱 혼란을 좌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