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야권의 유력 서울시장 경선 주자인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야권의 유력 서울시장 경선 주자인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만약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기호 2번(민주당)을 달고 경기도지사에 도전했다면 승리할 수 있었을까?

    대부분 정치평론가들은 단연코 ‘NO’라고 대답한다. 마찬가지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김진표 원내대표를 유시민 대표가 전폭 지지했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도 일반적인 시각이다.

    기호 1번과 2번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로 선거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다. 특히나 지역색이 엷어진 수도권에서는 인물과 인물이 가진 상품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년층은 줄줄이 1번을 찍고 젊은층은 줄줄이 2번만 찍는다는 사고방식도 최근 선거판에서는 큰 설득력이 없다.

    10·26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이 같은 철지난 기호2번론을 들고 나와 입도마에 올랐다.

    아군인 민주당 의원들에게조차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손 대표는 13일 서울시장 후보군 최고 지지율 행진 중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민주당 입당을 권유했다.

    “이기는 선거, 이기는 구도를 만들기 위해 민주당의 당심을 얻는 것이 필요하며, 당심을 얻지 않고서는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 박 변호사를 위한 입당 명분이었다.

    박 변호사와의 회동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손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없이 이길 수 없다. 결국 민주당 후보가 돼야 이긴다”는 논리를 폈다.

    “제1야당의 힘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보였다.

    실제로 손 대표의 말에 일리는 있다. 서울시장 선거와 같은 큰 판에 정당의 조직적인 지원이 없다면 박 변호사의 추진력에 큰 무리가 올 가능성이 높다.

    박 변호사 스스로도 “정치는 현실이다”라고 말하며 추후 정당 가입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이날 손 대표의 구애를 여지없이 거절했다.

    민주당만의 후보가 아니라 야권과 시민사회 통합 후보를 지향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박 변호사의 한 측근은 “입당은 가당치도 않다”고 펄쩍 뛰었다.

    이에 대해 서울지역 한 민주당의 국회의원은 14일 아침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에 맞설 그리고 심판할 곳은 민주당 밖에 없다는 철지난 사고방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며 “야권 통합을 이루지 못한 채 ‘일단 민주당으로 오라’는 식의 발언은 자칫 유권자들의 눈에도 좋지 않게 비춰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손 대표의 이날 구애가 “너무 성의 없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한명숙 전 총리가 불출마 선언을 한 상황에서 마땅한 후보 하나 내지 못하는 민주당이 지나치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박 변호사가 기호 2번을 달게 되면 기존의 참신한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라면서 “손 대표가 정말 박 변호사가 필요했다면 대표실로 부를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는 삼고초려를 했어야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