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라는 이름의 도깨비들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하여 “사실을 사실대로” 파악하기 위하여 우리는 역사를 공부합니다. 그러나 역사학 뿐 아니라 모든 학문의 분야가 다 그런 것 아닙니까. 과학은 물론이고 정치학도 경제학도 다 그렇습니다. ‘진리 탐구’라는 말보다는 ‘실사구시’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진리를 탐구하라)라는 실학파의 주장이 더욱 타당하게 여겨집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흔들고 괴롭히고 발로 밟으려는 작자들이 들고 나온 깃발이 ‘진보’라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입니다. 그야 다소 순진하긴 하지만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부 인사들이 ‘말 없는 다수’를 대변한다면서 들고 나온 깃발이 ‘보수’여서 옳다구나 하고 “빛바랜 그 깃발이 ‘보수’라면 우리는 ‘진보’다”라고 떠들기 시작하여 엉뚱한 놈들이 ‘진보’가 되고, 한심한 사람들이 ‘보수’가 되어, 젊은 놈들이 죄다 저 깃발 아래로 가는 바람에 이 깃발을 들고 나온 노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 물어봅시다. “북의 김정일이 ‘진보’입니까, ‘보수’입니까” 진나라 시 황제가 일체의 비판을 근절케 하기 위해 ‘분서갱유’하였다는데, 정치범수용소를 만들어 놓고 ‘김 씨 왕조’를 반대하는 자들은 모조리 잡아 가두는 김정일이 진시황과 무엇이 다릅니까. 그런 자를 ‘진보’의 우두머리로 삼고 무조건 따라가는 자들을 ‘진보’라고 높이면 외양간의 마소가 배꼽을 잡고 웃을 겁니다. 대낮에 웬 도깨비들이 이렇게 많이 날뛰는 한심한 세상이 되었습니까.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