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표로 선수생활을 할 때부터 러시아 측에서 귀화 제의가 있었다."

    지난 8월 러시아 국적 신청 선언을 해 국내 스포츠계에 충격을 던졌던 '쇼트트랙의 황제' 안현수(26) 선수는 2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4시) 모스크바 '빙상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귀화 결정이 러시아 측의 제안을 받고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 안 선수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2003~2007년 세계 선수권대회 5연패의 눈부신 업적을 쌓아 '쇼트트랙의 황제'로 불리는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2006년 올림픽 이후 한국체대-비(非) 한체대로 갈라진 파벌 논란에 휩싸였다. 2008년엔 심한 무릎 부상으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는 등의 시련을 경험했다.

    여기에 올해 초 소속팀인 성남시청의 빙상팀이 해체되면서 무적선수로 남게 됐다. 지난 4월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5위에 그쳐 4위까지 주어지는 국가대표 자격을 얻지 못했다.

    그는 이런 위기를 겪은 끝에 6월 러시아로 왔으며 8월 중순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 러시아 귀화 의사를 밝혔다.

    안 선수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면 이중 국적을 금지하는 국내 법률에 따라 한국 국적은 자동으로 소멸된다.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 선수가 2014년 소치 올림픽 이후 러시아아 대표팀 코치로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라프초프 회장은 이어 "안 선수는 러시아 올림픽 우승 선수들이 누리는 특혜를 똑같이 누릴 것이며 생활과 관련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그에게 '제2의 조국'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모든 배려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가 22일 오전(현지시간)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권 대회가 개막한 모스크바 시내 '빙상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지 및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연합뉴스)
    ▲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가 22일 오전(현지시간)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권 대회가 개막한 모스크바 시내 '빙상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지 및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연합뉴스)

    다음은 국적 파문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입을 연 안 선수와의 일문일답.

    -- 현재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 모스크바 근교 '노보고르스크' 빙상 훈련 캠프에서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들과 함께 숙식하며 훈련하고 있다. 처음엔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현지 음식에도 익숙해졌고 러시아 선수들과 어울리는데도 불편이 없다. 식사 때마다 어떤 맛있는 현지 음식을 고를까 고민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개인 교습으로 러시아어도 배우고 있다. 건강과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 왜, 언제, 어떻게 귀화 결심을 하게 됐나.

    ▲ 한국 대표선수로 생활할 때부터 러시아 측과 얘기가 오갔다. 하지만 한동안은 한국의 소속팀(성남시청)도 있고 군대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확실한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뒤 한국 소속팀이 없어지고, 군대 문제도 해결되면서(올림픽 우승자들에게 주어지는 특혜로 지난해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병역의무를 대신했다) 고민 끝에 귀화 결정을 내렸다.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나 2014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 출전 등을 고려해 내린 판단이었다. 다시 한 번 더 올림픽에 도전하고 싶었다.

    앞으로 운동만 보고 인생을 살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선수생활을 그만둔 이후의 생활도 고민해야 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귀화 결정을 내렸다.

    -- 이중 국적이 안된다는 것을 몰랐나.

    ▲ 러시아 측에 귀화 결심을 전달하고 나서야 알았다. 6월에 러시아로 올 때는 훈련 목적으로 온 것이기 때문에 귀화 생각은 안 했다. 1년 정도 훈련해보고 결정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러시아 측에서 귀화 제안이 왔을 때도 몰랐다. 결심을 통보하고 더 깊게 알아보니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중 국적 문제를 미흡하게 처리한 것은 확실히 잘못한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결정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

    -- 귀화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가.

    ▲ 후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아무 생각 않고 훈련만 하고 싶다. 사실 지금까지 해온 기간에 비하면 앞으로 운동할 시간은 많지 않다. 남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걸 온 힘을 다 쏟아서 해보고 싶다. 소치 올림픽에서도 우승하고 싶다.

    -- 고국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국적 취득 얘기가 제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언론을 통해 팬들과 국민께 알려지면서 응원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가 많은 걸 알고 있다.

    올림픽 3관왕에 오르는 등의 영예를 누렸지만 (2008년 1월) 무릎 부상 이후 힘든 기간을 겪었다. 부상 이후 국내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러시아에서 더 훈련에 집중해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고 싶다.

    -- 한국으론 언제 돌아갈 생각인가.

    ▲ 2014년 소치 올림픽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언제 한국에 돌아갈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일단은 2014년 올림픽만 보고 준비하고 싶다. 그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올림픽을 잘 치르고 나서 결정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