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수장 공백 장기화 덤터기 우려손학규 "손가락질 당하는 정당정치 회복"
  • 민주당이 21일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에 전격 참여한 배경은 뭘까.

    임명동의안은 지난 9일과 16일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안건 처리 자체가 무산됐다. 양 대법원장 임명동의안과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동시 처리하자는 민주당의 요구 때문이었다.

    그만큼 임명동의안 단독 상정에 반대해왔다. 이날 민주당의 표결 참여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민주당으로선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처리해줄 동의안을 미뤄 국회의 원활한 운영을 방해했다는 비판 앞에서 설 수 도 있었다.

    민주당이 표결 참여에는 두 가지 이유가 꼽힌다.

    우선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헌법재판관 선출안과 연계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사법부 수장의 공백상태가 발생한다면 민주당이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동의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조 후보자 선출안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됐다. 한나라당 내 조 후보자 반대 분위기가 강한 상태에서 본회의에 불참한다면 `조용환 비토' 기류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총 도중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개의시간을 오전 10시에서 11시, 11시30분으로 미뤄달라고 요청하면서까지 본회의 참석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의총에서는 모두 16명이 발언에 나섰지만 본회의 참석에 대한 찬반이 반반씩 나올 정도로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8명의 의원은 "본회의에 참석한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조 후보자 선출안을 찬성할 리 없다"는 논리를 폈고, 8명은 "야당의 대승적 결단을 통해 의회정치를 살려야 한다"고 본회의 참석을 촉구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본회의에 참석하자"고 제안했다.

    의견이 찬반 양론으로 확연히 나뉘자 손학규 대표가 총대를 맸다.

    손 대표는 발언에 나서 "민주당은 솔로몬 왕 앞에 자식을 내놓은 어머니의 심정이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데 어머니 심정으로 결단하자"고 말했고, 의원들이 박수로 호응하면서 본회의 참석으로 결론이 났다.

    본회의장에 입장한 손 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을 먼저 요청했다. 발언할 내용을 사전에 메모하는 장면이 카메라 기자에 포착되기도 했다.

    손 대표는 발언에서 "민주당이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축복 속에 처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는 것을 혜량해 달라"고 말했다.

    또 "국민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외면받는 정당정치를 살려내자"고 호소했다.

    홍영표 원내 대변인은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조 후보자 선출안도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