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길은 우리 앞에 있다 
     
    요새는 만나는 사람마다 불평‧불만, 근심‧걱정에 젖어 있는 것만 같습니다. “정치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경제가 막다른 골목에 왔다”는 등 볼멘소리를 하는 자들이 열이면 아홉은 됩니다. 자유당의 장기집권에 넌더리가 났던 어두운 시절에도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선거 구호가 나돌기도 하였습니다.

    판은 더럽고 어지럽게 흔들리지만 골패짝을 내던지지 않고 붙잡고 앉아서 “아직은 몰라”라며 꺼떡도 않는 ‘괴짜’가 열에 하나는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한 판 승부가 끝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승산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라는 배짱으로 버티고 있는 겁니다.

    ‘신세대’는 근심도 없고 걱정도 모릅니다. 그들은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리던 대한민국 땅에 태어나, 오늘은 어제보다 낫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신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오늘의 70대 80대는 색다른 낙관론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산전수전 다 겪고 오늘도 목숨이 붙어있는 늙은이들이라 생활 철학이 좀 다릅니다. 일제시대를 살아본 쓰라린 경험이 있습니다. 6.25의 전란 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폐허가 되었던 조국의 근대화로 세계의 각광을 받는 과정을 긍지로 가지고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철이 들기 시작한 40대, 그리고 물정에 훤한 50대 60대는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이러다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닌가” - 그 근심이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먹구름 위에서도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있으니 낙심 말라고 80대 90대가 격려합니다. “길은 우리 앞에 있다”고 자신 있게 일러줍니다. 두고 보세요. 대한민국은 반드시 소생합니다. 그리고 역사의 주역이 됩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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