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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도 한나라당 버리기로?
2012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지닌 10.26 서울시장 보선을 앞두고 우파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나라당과는 별도로 ‘시민후보’를 내자는 집단행동을 띠울 모양이다. 여기엔 한나라당의 그간의 행보에 대한 우파 세력의 강한 불만이 깔려 있다.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의 박근혜 씨의 행보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이들 우파 단체들은 주민투표 직후 여러 차례 회동을 거쳐 “보수의 위기를 각오하고라도 한나라당은 이제 안 된다”는 공통된 의견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논의과정에는 한나라당에 대한 강경한 배척과 그보다는 다소 온건한 입장이 섞여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한나라당이 보수 가치를 배반했다는 공통된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따라서 한나라당을 더 이상 우파의 대변정당으로 보지 않겠다는 정서가 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집권은 좌파정권과 종북(從北) 세태에 대한 자유민주 우파 진영과 유권자들의 필사적인 위기의식이 만들어준 것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이 같은 여망을 저버리고 좌(左) 콤플렉스와 좌(左) 클릭으로 일관했다. 우파 정체성을 버리려 한 것이다.
이에 우파 시민 세력은 “그렇다면 2012년의 좌파 집권을 각오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같은 한나라당만은 깨야 되지 않겠느냐?” “그래서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비장한’ 심경을 여기저기서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물론 좌파 집권을 미리 전제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런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서울시장 보선과 2012 대선에 임하자는 결의의 표현일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안철수-박원순 현상, 그리고 범좌파 정당들 내부의 단일화 논의와 맞물려 앞으로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일정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움직임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에 임해서, 또는 그것에 앞서, 지금의 한나라당적인 것을 새로운 우파 정체성으로 갈아치우자는 의견일 것이다. 문제는 그럴 역량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물음이다. 정확한 답은 내릴 수 없다.
지금으로서 읽히는 것은 다만, 현재의 한나라당으로는 서울시장 보선과 2012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하는 위기의식, 그리고 그런 한나라당이 설령 재집권 한다 해도 이명박 정권보다 더 기대할 게 없다고 하는 불신감이 우파 진영에 짙게 깔려 있다는 점이다. 이런 움직임이 우파의 분열을 초래할 것 아니냐는 우려도 물론 나올 수 있다. 그런 이견(異見) 또한 논의과정에서 진지하게 고려되고 수렴(收斂) 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서울시장 보선과 2012 대선은 고사하고 그 이전에 우파진영 내부에서조차 "한나라당을 어찌 할꼬?“가 더 급한 논란거리로 떠오르게 되었다는 사실의 한심함이다. 정말 한심하다. 한나라당은 좌파의 타도 대상임을 넘어 이제는 우파의 폐기(廢棄) 대상도 되었는가? 사면초가(四面楚歌)란 오늘의 한나라당을 두고 한 말 같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