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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경찰 두 손 든 사연
공권력이 군중한테 갇힌 제주 강정 마을의 진풍경 아닌 괴(怪)풍경. 공무집행 중이던 경찰 350명이 군중 100여 명한테 길이 막혀 7 시간을 꼼짝 없이 얼어붙었다. ‘간단한 조사 후 석방’ ‘채증(採證) 무효화’ 등을 약속(?) 하고서야 힘겹게 풀려났다. 경찰이라는 게 공무집행을 막아선 군중을 1대 1의 ‘교전단체’ 쯤으로 인정해 준 꼴이다. 이게 이명박 정권하 한국의 적나라한 단면이다.
경찰이 왜 이랬나? 겁이 나서다. 섣불리 다뤘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한껏 몸을 사린 것이다. 용산참사 때를 상기했는지도 모른다. 하기야 겁도 날 것이다. 불상사가 나면 군중의 불법성보다는 경찰의 ‘과잉진압’이 집중포화를 받고 경찰총수의 목이 날아가곤 했으니 일선 경찰이 왜 안 그러랴. 이걸 두고 민주화의 한 부산물이라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제주경찰은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우리가 당해주는 편이 낫다. 그래야 해군기지 반대측의 불법성을 한층 더 드러나 보이게 할 수 있고, 그들이 더 큰 투쟁을 일으킬 구실을 주지 않는다”고. 일리 없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과잉진압’을 자제하는 것과, 공무집행을 물리적으로 좌절당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게다가 마치 항복문서에 도장을 찍듯 ‘채증 무효화’를 약속했으니 이건 아니다. 경찰이 다중의 위력에 눌려 형법이 정한 증거인멸죄를 범하겠다고 약속한다? 이게 대체 어느 나라, 어떤 나라 경찰인가?
제주 해군기지가 꼭 필요하다고 결정지었으면 만난을 각오하고서라도 공사를 꼭 진척시켜야 한다. 그래야 국가다. 주민들에게는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고 ‘프로페셔널’ 외인부대의 개입에는 소신 있게 대처해야 한다. ‘과잉진압’이란 소리를 들을 서투른 빌미는 잡히지 않도록 하되, 공권력이 ‘아침이슬’을 부르는 처량한 신세가 되는 것만은 다신 없어야 할 것이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