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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굳어 있지만 못 올 곳을 왔다는 표정은 아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 의원들의 질의가 시작됐다. 먼저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말문을 열었다.
“어려운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기회가 7개월 이상 끌어온 한진중공업 사태해결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머리를 맞대 봅시다”
조 회장 : 청문 자리가 헛된 시간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심입니다. 도와주십시오.
정 의원 : 어렵게 만난 자리에요.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물론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좋은 방안을 만들어 봅시다.
이미경 의원(민주당) : 논의의 우선 순위부터 먼저 정하고 시작합시다. 그래야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범관 의원(한나라당) :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조 회장님, 회사 실무 관계자들도 대동하고 오셨지요?
조 회장 : 예, 그렇습니다. 국회 논의 사항을 회사 차원에서 바로 뒷받침 하도록 하겠습니다.
꿈이런가. 철인(哲人) 정치를 꿈꾸는 것인가. 현 우리 사회 갈등의 폭탄인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이런 꿈을 꾼다면 헛된 망상인가.헛된 꿈인 줄 안다. 오는 18일 개최키로 한 국회 청문회가 예정대로 열린다면, 이런 식으로 전개될 리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에 망상인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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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상임위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왼쪽)과 지난 10일 '대국민 호소문' 발표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는 조남호 한진중공업회장.ⓒ자료사진
우리는 이미 한진중공업 청문회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 지에 대한 예비 지식을 쌓았다. 지난 6월29일의 일이다. 정동영 의원은 조 회장을 대신해 환노위에 출석한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에게 막말을 쏟아냈다. “당신이 한진중공업을 망치고 있는 거야”가 대표적이다. 삿대질도 마다 하지 않은 채 ‘분노’를 쏟아냈다.
한진중공업 덮고 있는 먹장구름의 정체는 '고통'
지금 한진중공업을 감싸고 있는 먹장구름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고통’이다. 정리해고 된 뒤 마땅한 다른 직업을 찾지 못한 근로자들도 고통이다. 하루 빨리 조업이 정상화돼 본래의 삶을 찾고자 하는 1,400여 남은 직원들도 고통이다.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고통의 대상은 2만여 명으로 늘어난다.
‘희망버스’라는 이름으로 지역사회에 안기고 있는 고통은 절망에 가깝다. 이들의 질긴 싸움을, 다시 찾아온 경제 위기 속에서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도 고통이다.
이 모든 고통을 해소해 나갈, 만파식적(萬波息笛) 소리와 같은 것은 없을까.
있다. 바로 ‘대화’다.
한진중공업 갈등의 꼭지점에 있는 당사자들이 나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상대방의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말싸움이 아니라 일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생산성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
정치는 이해조정 역할, 민주당은 갈등증폭 역할
정치(政治)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상호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일이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두고 정동영 의원을 위시한 민주당이 행하는 정치를 보자.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있나. 아니다. 오히려 갈등을 증폭하고 있다.
이들은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에서 11일로 218일째 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51)을 찾아 “잘 버티라”라고 말한다. 그는 한진중공업 직원도 아니다.
마음에 차든지 덜 차든지 이쯤에서 고통을 해소할 단초를 마련코자 한진중공업 노사가 조업재개를 합의한 것도 무시한다.
정 의원이 정치가 낯설고 물 설은 초선 의원인가. 민주당은 지금까지 집권 경험 한 번 없는 만년 야당인가. 정 의원은 3선 의원이다. 집권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당의장도 지냈다. 통일부 장관으로서 국가 경영의 일익을 맡은 적도 있다. 민주당은 10년의 집권 경험을 가진 제1 야당이다.
인명진 "민주당 집권 준비 덜됐다. 한나라당이 내년도 집권해야"
이런 민주당을 두고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내년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이 집권해야 한다”고. 최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한나라당이 고개를 돌릴 만큼 쓴 소리를 내뱉는 인사다. 왜 이렇게 말 했을까. 그가 말한 이유는 “민주당에 모여 있는 사람은 아직 한 나라, 한 정권을 책임질 만한 훈련이라든지 준비가 좀 덜 됐다고 본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말에 콧방귀를 뀔지 모른다. 보수주의자요, 한나라당 지지자로서 당연한 소리가 아니냐 할 수 있다.
인명진 "민주당 주류 광역시장-도지사, 정권 담당 경험 축적"
그럼 그의 말을 한마디만 더 들어보자. 인 목사는 민주당도 집권 자격을 갖출 때가 온다고 했다. 그가 말한 때는 이렇다.
“민주당 주류가 시-군-구청장부터 광역시장-도지사에 많이 진출해 있다. 이분들이 임기를 마칠 즈음이면 (민주당은) 훌륭하게 정권을 담당할 만한 경험을 축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리마저 귀에 거슬리는가. 그렇다면 한나라당 지지자인 인 목사 말대로 ‘집권’ 경험을 쌓고 있는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 도지사의 말을 들어보자.
안희정 "정치권의 희망버스 참여 절대 안된다"
안 지사는 정치권의 희망버스 참여에 대해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서울서 가진 기자들과의 저녁자리에서다. 그는 “이 문제는 엄연히 노사 간의 문제”라고 했다. “그들 나름대로 룰(Rule)을 만들어야지, 보니까 시민은 없고 이익 집단만 있던데 정치권이 (노조 편에 서서) 노사 간에 끼어들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다시 대화의 단초는 마련됐다. 조남호 회장이 머리를 숙였다. 나름의 대안을 내놨다. 그가 해외를 떠돈 이유의 진실 여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할 일이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당장은 노사 당사자와 국민들까지 겪고 있는 고통을 없애려 대화에 나서야 할 때다.
조 회장 역시 청문회 출석을 두고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하잖은가.
그렇기에 이즈음에서 단서를 달지 말자. “정리해고 철회 없이는 대화 없다”는 소리는 더구나 말자. 이건 대화하지 말고 기약 없이 작금의 사태를 끌고 가자는 말과 같다. 모두가 살자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같이 죽자’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리해고 철회없이 대화없다는 것은 모두 같이 죽자는 소리
기업은 회피할 수 없는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면 정리해고를 하게 돼 있다. 법에 그렇게 돼 있다. 지금 나서 싸움에 불을 지피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입법화 했다.
조남호 회장이 경영적으로 무능력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주주들에게 맡겨두자. 무능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주주의 몫이다. 경영상 배임이나 횡령이 있다면 형사처벌 하면 그만이다.
정치를 해야 하는 정치인은 이해집단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에 우선 충실해야 한다. 삿대질하고 큰 소리 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걸 보는 국민의 가슴이 더 먹먹하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공적자금이 투입되지도 않은 사기업체 경영인을 세워놓고 지배주주가 나무라듯 몰아치는 것이 국제사회에 좋은 모양새일 수는 없다.
민주당, 집권하고 싶으면 투쟁말고 정치해야
과거 한 정치인은 정치를 허업(虛業)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민주당, 집권하고 싶은가. 그럼 더 이상 허업을 쌓지 말라. 투쟁(鬪爭)은 더욱이 하지 말라. 지금은 21세기, 민주화 이후의 시기다.
대신 갈등을 풀어낼 정치(政治)를 하라. 그래야 집권한다. 그걸 행할 줄 모르면 민주당은 만년 야당 할 자세를 준비 중이라고 치부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