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의 돈이 몰리는 뉴욕 증시에는 온갖 소문이 차고 넘친다. 또 대개 이런 소문은 사실로 드러난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70년만에 끌어내린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은 통상의 소문보다 훨씬 무시무시하고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것이고, 같은 점은 그 또한 사실로 판명됐다는 것이다.

    당일 뉴욕 증시에서는 개장종이 울린 오전 9시30분이 좀 넘으면서 S&P가 이날 장 마감 직후 미 신용등급을 강등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앞서 7월 고용지표가 개선됐다는 소식에 100%포인트 상승했던 다우지수는 이 소식에 곤두박질치면서 상승분을 순식간에 까먹어버렸다.

    많은 거래인들이 이 소문으로 주가가 떨어졌다고 말했으나 이때까지만해도 신용등급 강등이 임박한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CRT 캐피털의 국채 부문 수석 전략가인 데이비드 아더는 "그 소문을 주목하긴 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고 인정했다.

    S&P가 혼란을 키운 측면도 있다. 신용강등 소문이 나돌자 거래인들은 S&P에 진위 여부를 즉각 문의했으나 회사 측은 답변을 거부한 것. 이후 뉴욕증시의 주된 관심은 유럽의 부채위기로 빠르게 옮겨갔다.

    뉴욕 증시에서 신용등급 소문이 다시 고개들 든 것은 장마감 벨이 울린 오후 4시 직후. 조만간 S&P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속속 들어왔고 결국 S&P는 오후 8시 보도자료를 통해 미 국채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내렸다고 발표했다.

    뉴욕 증시에서 다른 업체의 인수나 수익 등 일반적인 기업 관련 뉴스를 사전에 누설하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뉴스가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누군가는 부당한 이득을 챙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뉴스가 미국 정부나 S&P와 같은 신용평가사가 관련된 것이라면 상황이 좀 복잡해진다. 지난 6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유 6천만배럴을 매도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전에 원유 선물가가 빠졌던 것도 같은 케이스다.

    지난 5일 누군가 S&P의 계획을 누설했다면 그게 누구일까?

    이와 관련, 미 재무부 대변인은 "당일 오후 1시15분께 S&P로부터 신용등급 강등 계획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또 데빈 샤르마 S&P 사장은 인터뷰에서 "관련 소문이 처음 나돌기 시작했을 때에도 (나는) 우리 애널리스트들이 미 국채의 신용등급을 내릴 계획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외부에서 누군가가 누설했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이 또한 단언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당일 뉴욕증시에서는 장 초반 거래인들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보이면서 미 국채를 사들였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 루머를 이용해 누구라도 이득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고 8일 보도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0.5% 상승 마감한 반면 미 국채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