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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정책 선택보다 참여-불참전(戰) 양상을 보이면서 `공개 투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밀 보장이라는 투표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기도 어려워지는데다 주민들의 혼란과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법학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운동과정에서 여당 측은 투표참여율 높이기에, 야당 측은 불참을 통한 투표거부에 각각 매진하면서 주민투표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주민투표가 정책 홍보는 뒷전에 밀리고 참여-불참이 관건이 되는 구도로 흘러가는 양상이다.이럴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투표권자들이 투표소에 나가는 자체로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상황이 됨으로써 `비밀 투표' 원칙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당 안을 지지하는 투표권자가 투표를 하지 않으면 야당 측의 투표 거부운동에 동참하는 꼴이 된다.야당 안 지지자가 기표를 통해 확실한 자기 의사를 밝히려고 투표소에 나가면 여당 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투표용지에 기표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도 전에 투표소에 나가느냐 안나가느냐 만으로도 대략적인 정치적 성향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게 되는 셈이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교수는 "정책 선택이 아니라 투표 참여여부가 이슈가 된 상황에서는 의사표시를 하는데 있어 자칫 공개 투표가 될 수 있다. 직접민주주의의 꽃인 주민투표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주민투표가 남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33.3% 투표율을 넘어서야 투표가 유효하도록 한 제한 규정이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무엇보다 선관위의 공정한 투표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선관리위원회 관계자도 "투표운동이 참여 독려와 불참 거부로 굳어지면서 주민들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미처 예견하지 못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행법 안에서 공정한 투표관리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난감해 했다.
하지만 문제는 공개 투표가 될 우려가 있다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주민들의 혼란과 갈등을 고조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김일환 성균관대 교수는 "주민투표제는 민주주의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시민이 확실히 직접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경우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런데 이번 투표는 시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투표를 해도 명확한 의지가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투표가 유의미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도 "많은 사람들이 이게 원래 주민투표의 취지와 목적에 맞는 경우인가 의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는 "원래는 투표를 독려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발의안 자체에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투표 참여-거부운동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주민투표가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투표일(24일) 이전까지 투표운동 기간 여야가 조직 동원 경쟁을 벌이며 주민들을 줄세우기 하면 무상급식에 대한 해법을 찾기보다 갈등만 깊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들은 주민투표제도 자체에 대한 정밀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