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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8/3)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웨더스비 교수가 한 마디로 깼다. 한국인 일부가 브루스 커밍스의 수정주의적 6.25관(觀)을 여전히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들이 그 주장에 너무 많이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아주 재미있는 관찰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의 인식이 틀렸다는 것이 드러나도 좀처럼 생각을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중에서도 열렬 운동권일수록 그게 심하다.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성찰하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에 혹시 잘못된 구석이 있지는 않은지 회의(懷疑)하지도 않고, 자신의 것과 다른 관점을 살펴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인식은 학문적, 과학적, 객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다분히 교의(敎義)적, 정의적(情意的), 도구적, 정치적인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믿는다. 이 인간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학문적 과학적 객관적 인식이라는 게 있다. 공부를 그래서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고학부에서 석사 박사 깨나 했어도 정치적 집념, 신념화 된 편견, 증오심 등 감정적 응어리, 패거리의 구속력, 생계형-출세형 대세추수(大勢追隨, 대세에 따라감), “지금까지의 인생을 지워버릴 수 없어서...”에 묶여버리면 공부를 언제 했느냐는 양 꽉 막힌 벽창호가 되기 일쑤다.
그들의 인식은 20대 초의 팍 치솟는 열정, 짧은 지식, 권위주의 폭력 등 단순명쾌한 타겟에 대한 증오심, 이런 정념(情念)들을 담아주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100년 전 이데올로기의 그릇-세월이 흘러 강산이 열두 번 변한 후에도 그들의 인식은 거기서 별로 벗어나는 바가 없다. 그냥 딱딱하게 굳어버린 까닭이다. 대책도 없고 약도 없다.
6.25가 남침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도 믿지 못하겠다, 연평도 포격도 이쪽 훈련 탓이다, 아니면 영구미제(永久未濟)로 쳐두자, 미국산 쇠고기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 넣겠다...병증도 이쯤 되면 신의(神醫)라는 편작이나 화타가 와도 못 고친다.
조선일보(8/4)가 인용 보도한 어느 EBS 강사는 또 이렇게 '강의'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그때 '땅!' 하고 전쟁이 터진 건 아니에요. 이미 38도선 경계로 남과 북이 소규모 전투는 계속하는 상황이었고, 이승만 정권도 북진통일을 외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거든요"
전형적인 '브로스 커밍스 증후군'이다. 소련의 비밀문서가 공개돼 "6.25는 김일성이 제안하고 스탈린이 허가하고 모택동이 도와준 잘 짜여지고 계획된 국제전(웨더비스)"임이 아무리 만천하에 드러났어도 그런 건 보지도 듣지도 않겠다는 투다. 가위(可謂) 절망적이라 할밖에.
문명개화와 인지(認知) 발달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 이런 중증질환에 사로잡힌 사례를 볼 때는 세상이 아무리 ‘발전’ 했대도 그게 불가능하다는 느낌이 든다.
류근일 /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