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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진보 논객’의 좌파 비판
“진보 진영이 시민들의 상식에서 동떨어져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김진숙씨는 정리해고 자체를 부당하다고 하는데, 이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수천 명 근로자들의 생각과도 동떨어져 있다. 현실을 잘 아는 노조의 합의와 판단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현재 한국 진보정치는 원조 진보인 민주노동당을 향해 모두가 ‘좌클릭’ 하는 구도다. 한국 사회가 민주노동당이 만든 ‘정리해고 철폐’라는 우상을 숭배해선 결코 안 된다. 정리해고 없는 세상은 사회주의다. 더욱이 기존의 기득권 노동세력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비 오는 달밤을 기대하는 것과 다름 없다”‘진보논객’ 김대호 씨가 중앙일보(8/2)와 가진 인터뷰의 한 대목이다. ‘보수’ 아닌 ‘진보’ 인텔리가 한 좌파비판이라 시선을 끈다.
요점은 두 가지. 좌파의 ‘한진 소동’은 근로자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그들만의 (정치적) 잔치’라는 것, 그리고 한국 범좌파가 줄줄이 민노당에 코를 꿰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시사(示唆) 하는 바는 의미 깊다. 근로자의 권익, 민중의 권익, 민족의 권익을 내세운 현대사의 극열좌파 실험이 모두 실패로 끝났는데도, 그래서 심지어는 중국 베트남까지도 시장경제로 가고 있는데도, 한국의 극렬좌파만은 어찌 된 셈인지 그 실패한 실험을 뒤따라가고 있다는 게 그 첫째다. 그리고 둘째는, 한국 좌파 운동은 서구적 온건좌파가 추동(推動)하고 리드하는 게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극렬좌파가 하고 있다는 게 그것이다.
교과서적으로 따진다면 광의(廣義)의 좌파는 마땅히 혁명적인 극좌파와, 온건합리적인 체제내(體制內) 개혁파로 갈라서야 한다. 그러나 한국 좌파정치와 좌파운동의 경우는 이게 뒤죽박죽 섞여서 그 섞어찌개를 극렬좌파가 요리하며 즐기고 있다. 이래서 온건합리적인 좌파는 설영 어느 한 구석에 있다 해도 갈수록 극렬좌파의 2중대로 전락하거나 소멸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범좌파권(圈)은 극렬좌파의 운동장이 돼버렸다. 아니, 범좌파 뿐 아니라 한나라당까지도 극렬좌파가 예컨대 “정리해고 철폐!” 하고 어젠다를 던지면 슬슬 게걸음을 치게끔 되었다. 근래의 주요 쟁점들과 현안(懸案)들을 둘러싸고, 1중대 2중대 3중대 4중대에서 1중대가 과연 누구인지는 너무나 쉬운 퀴즈가 돼버렸다.
한국 정치지형의 이 같은 판세는 무엇을 말하는가? 극렬좌파가 이끄는 ‘줄줄이 체인점’ 망(網)이 이미 우리 내부에 확고하게 처졌다는 사실이다. 어, 어, 어, 하다가 어느 날 깨어보니 한국 정치의 이니셔티브(iniative, 先導)를 극렬좌파가 쥐었더라? 무서운 이야기다.소수 정예가 어리버리한 다수를 가지고 노는 게 혁명이다. 이 이치를 모르는 채 한국 정치와 사회가 너무나 태평스럽게 흘러가고 있는 게 아닌지.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