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꼭 그래야 하는가?""임기말 허겁지겁 업적주의에 안달하는 약점, 김정일은 훤히 알고 있다"
  • 웬 임기 말(任期 末) 남북정상회담?

      북(北)이 천안함 폭침을 부인하고 연평도 포격이 남쪽의 실탄훈련 탓이라고 우기는데도, 그리고 저쪽이 그것을 사과하지 않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없었던 일로 치부하고 무조건 남북 정상회담을 졸라야 하나? 8.15에 무언가 있을 것 같다는 보도라 묻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인영 의원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영구미제’ 사건으로 치자고까지 주장했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그러나 왜 그래야 하나? 왜 우리는 쓸개도 간도 다 빼버리고 꼭 그래야 하나?

      평화를 위해 그래야 한다고 할 것이다. 평화? 평화란 무엇인가? 평화가 “경우고 뭣이고 따지지 말자“는 것하고 동의어인가? 챔벌린이 히틀러에게 밀린 것을 두고 평화를 보장했다고 할 수 없듯이, “천안함-연평도 맛볼래, ‘햇볕’ 할래? 식의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김정일의 협박에 숙여주는 게 평화라고 할 수는 없다. 그건 평화가 아니라 송(宋) 양왕의 바보짓이다. 그렇게 오냐 오냐 할수록 우리의 입지는 야금야금 더 침식될 뿐이다. 밀면 밀려주는 게 평화인가?

      김정일의 일차적인 목표는 핵보유국으로서 남쪽을 핀란드화(化) 하겠다는 것이다. 그 목표를 향해 김정일은 우선 미국의 ‘인정’을 받으려 하면서 ‘식민지 남조선’으로부터는 오로지 돈만 뜯어내려 한다.

      그 추진과정에서 북은 어떤 때는 ’미소‘ 전술을, 또 어떤 때는 폭탄 전술을 구사하곤 한다. ’미소‘ 전술은 남북회담이라는 미끼, 그리고 6자회담 재개라는 미끼다. 폭탄전술은 자신들이 고삐를 잡은 상태에서 그 미끼를 상대방이 물게끔 강제하려는 것이다. 다급하고 아쉽고 괴로워 죽겠으면 이 미끼를 물라는 것이다.

      청와대 주변의 유화론은 이 미끼를 덥석 물어 주는 것밖에 달리 무슨 도리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가 병자호란 때 청 태종(淸 太宗)의 협박에 무릎 꿇을 당시의 조선왕조인가? 왜 달리 도리가 없는가? 우리의 무력을 튼튼히 하면서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우리의 번영만 착실히 추구하면 되는 것 아닌가? 왜 우리에겐 “햇볕이냐, 전쟁 하자는 거냐?”식의 막다른 택일밖에 없다는 양 체념해야 하는가?

     청와대 유화론자들의 ‘묻지 마 정상회담’은 “왜 꼭 그래야 하는가?”를 설득하지 않거나 못하는 “무조건 좋다” 식 가설이다. 왜 꼭 김정일 비위를 일방적으로 맞춰서라도 정상회담에 연연하는 게 우리에게 무조건 좋다는 것인가? 또 천안함 폭침 당할까 두려워서? 또 연평도 포격 당할까 무서워서? 그렇다면 그건 나라가 아니다.

      ‘묻지 마 정상회담’으로 갈 경우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직후의 그의 비장한 전쟁기념관 연설은 그러면 한 편의 그럴 듯한 대(對)국민 ‘뻥이야!’였느냐”는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임기 말에 허겁지겁 업적주의에 안달한다는 약점 또한 김정일은 훤히 꿰뚫어 보고 있을 것이다.

     류근일 /본사 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