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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섬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수많은 청소년들의 넋을 위로하는 듯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인근 우토야 섬 일대는 24일(현지시간) 내내 구름이 햇빛을 차단한 가운데 부슬비가 내렸다.
수도 오슬로에서 30여㎞를 달려 찾아간 우토야섬. 그러나 섬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는 듯,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 듯 모두가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최소한 92명이 희생된 참극 발생 사흘째인 이날 오후 우토야 섬 주변은 경찰과 민방위 대원 수십명이 비를 맞아가며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사건 발생 사흘째가 됐지만 이날도 시신을 수습해 운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찰과 민방위 대원들은 우토야 섬과 여기서 불과 약 200m 떨어진 해안가 마을을 오가며 희생자 시신들을 배로 운송했다. 기자가 찾아간 우토야섬 맞은 편 해안가 마을 안쪽에는 경찰차와 민방위 소속의 운구차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시신 운송 작업은 지붕에 검정색 십자가 표시를 붙인 택시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경찰은 섬 외에 이 해안가 도로에도 빨간색 테이프로 출입 차단 조치를 취해 일반인들이 해변으로 향하는 것을 막았다.
도로변에는 독일 언론 등 10여명의 기자들이 카메라로 섬 모습을 담으며 취재하는 모습이 보였다.
전형적인 노르웨이풍의 집들이 모여있는 이 마을에서 길을 오가는 주민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이들은 캠핑객들만이 찾는 한적한 우토야섬이 '인간 사냥꾼'이 날뛴 세계적 비극의 현장으로 그 이름이 상당 기간 기억될지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우토야섬 현장에서 활동하던 한 노르웨이 민방위 대원은 시신 운송 작업이 언제야 끝날지를 묻는 질문에 "아직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섬에 들어가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출입 통제가 언제 해제될지도 얘기할 수 없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우트바카 캠핑촌에는 비극이 지척에서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캠핑장을 떠나지 않은 채 묵고 있는 캠핑객들이 일부 남아 있었다.
하얀색 컨테이너 박스 50여채가 늘어선 이 캠핑촌은 사건 현장과는 좀 떨어져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했으나 경찰이 배치돼 순찰을 하고 있었다.
이름을 밝히려 하지 않은 한 노르웨이인 캠핑객은 "이틀 전 사건 당시 총격 소리를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악몽 같은 당시 상황을 다시는 떠올리기 싫다"며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캠핑촌에 머물고 있는 다른 캠핑객들도 모두들 기자와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모습이었다.
조그만 마을 구멍가게에 들어가 보았다. 휴일임에도 평소와 같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주인은 당시 뭔가를 듣거나 본 것이 있냐고 묻자 손사레를 치며 답변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