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어린애 같구만...”

       “내 말은 (중국이) 어린애 같다는 것이며, 매우 어리석어서 아무도 그들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점점 더 정치적 변화를, 더 많은 자유를 원한다. 그래서 (중국도) 변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앞으로 50년을 더 살든 그렇지 못하든 50년 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달라이 라마가 요즘 미국 도시 순방에서 한 말이다. 어린애 같다는 말의 뜻은 무엇일까? 막무가내로 떼를 쓰고 마구 버릇없이 날뛴다는 뜻 아닐까? 중화패권주의를 그는 그렇게 보는 모양이다.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좌충우돌, 제멋대로 난리를 치는 어린애의 무례함에는 정말 대책이 없다.

      중국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이 더 많은 정치적 변화와 자유를 원한다는 말은, "정치는 독재, 경제만 자유화“라는 중국 권력자들의 모순된 2중성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의 경우도 경제를 발전시키니까 정치 자유화가 불가피한 임계점에 이르렀던 역사적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김정일은? 김정일 폭정이라 해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철칙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다만 북에는 아직도 경제 자유화도 없고 지식인-예술가들의 자유화 요구도 없다. 사정이 중국보다 훨씬 더 엄혹하다. 하지만 시장 세력이 ‘어버이 수령’의 배급을 단념하고서 제힘으로 먹고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한류(韓流)가 급속도로 파급되고 있다. 유일신(唯一神) 사회에 ‘다른 숭배대상’이 들어간다는 건 의미 있는 문화적 충격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런 한류의 확산이다. 그게 대북정책의 실질이자 핵심이다. 대북 민간방송, DVD, CD,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이를 통해 더 많은 한류를 북으로 흘려보내야 한다. 정부는 그러나 ‘정부이기 때문인지’ 그런 실질적이고 핵심적인 ‘북한 변화’ 작업에는 아예 손 놓고 있다. 그 대신 밤낮 되는 일 없이 헛바퀴만 돌렸던 불임(不姙) 대화에만 연연한다.

      동남아 안보회의에서 남북 핵(核)접촉이 있었느니 어쩌니 해서 당국자들과 언론이 또 흥분한 모양이다. 달라이 라마가 말한 그대로, 어린애 같은 치기(稚氣)와 가벼움이 느껴진다. 김정일이 그렇게 호락호락 남쪽 게임에 놀아줄 것 같은가? 김정일은 언제나 자기 페이스대로만 움직인다. 만나준 것만으로도 경천동지(驚天動地) 할 대사건인양 흥분하는 남쪽의 ‘자진(自進) 몸값 낮추기’를 즐기며 그는 이쪽을 가지고 논다(play the fool with~).

      김정일 이렇게 말할 듯. “남쪽 간나들 꼭 어린애 같구만...”

     류근일 /본사 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