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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사람은 좀 죽였지만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다"해병대 김 상병도 사람은 좀 죽였지만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인가?
趙甲濟
2000년 6월 김대중-김정일 회담 때 대한민국 대표단에 소속되어 평양에 다녀온 사람들중엔 김정일과 만난 사실을 자랑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정일과 함께 먹은 곰발바닥 요리 이야기는 빠짐 없이 나왔다. 북한주민들을 수백만 명이나 굶겨죽인 독재자와 함께 즐긴 食單(식단)을 신 나게 설명하니 듣기가 거북하였다.
이들이 한결같이 한 말들을 정리하면 "김정일은 사람들을 좀 죽였지만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었다"였다.
'사람들을 죽인 행위'는 객관적 사실이다.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다'는 주관적 평가이다. 객관적 사실은 주관적 평가보다 더 가치가 있다. 따라서 '사람들을 죽인 김정일이...좋은 사람이다'는 말은 논리상 성립할 수 없다.그럼에도 한국인들은 별 갈등 없이 말이 되지 않는 말을 한다. 사물(事物)을 판단하는 방법이 주관적이고 감상적이고 일면적이기 때문이다. 한번밖에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을 그 일회성 인상으로 '좋은 사람이다'는 결론을 예사로 짓는 것이다.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다"는 말은 참 편리하다.
"히틀러는 사람을 좀 죽였지만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다."
"유영철이도 사람을 좀 죽였지만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다."
"해병대 김 상병도 사람을 좀 죽였지만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다."
"스탈린도 사람을 좀 죽였지만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다."
이 세상의 가장 더러운 악(惡)도 선(善)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 궤변이다.이 궤변이 지난 주 tvn이란 케이블 텔레비전 토론 프로에 등장하였다.
해병대 김상병의 동료 살해가 주제였는데, 토론 참관자들에게 이 프로 담당자가 던진 질문은 "김 상병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였다.
아니 네 명의 동료를 쏴 죽인 자가 피해자라니? 놀랍게도 참관자들의 과반수가 "피해자이다"고 답하였다. "해는 동쪽에서 뜨는가, 서쪽에서 뜨는가"라고 물은 데 대하여, 반 이상이 "서쪽에서 뜬다"고 답한 격이다.
언론에 근무하여선 안 되는 사람이 낸 상식 이하의 질문에 성숙되지 못한 인격의 소유자들이 너무나 비윤리적인 대답을 했고, 이 말이 안 되는 의견이 방송을 통하여 널리 알려짐으로써 한국인의 분별력을 일정 부분 망가뜨린 사건이었다."김 상병은 사람을 좀 죽였지만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인 사회는 문명(文明)이 파괴되고 야만이 득세하는 현장이다. 잔인한 살인범을 동정(同情)하는 자들일수록 동정을 받아야 할 유가족(遺家族)과 해병대에 잔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