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헛물 키는 한나라 ‘뉴 비전’

      한나라당 뉴 비전이라는 게 나왔다. 좌(左)클릭이라고들 한다. 복지 확대, 감세 철회, 조세부담 증가가 핵심이다. 이러지 않고서는 내년 총선에서 견뎌내지 못한다는 위기감의 표현인 셈이다. 명분은 좌파의 이슈를 선점(先占)한다는 것. 오래전 유럽 보수정당들이 해서 ‘재미 좀 본 방식’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북정책에서도 ‘햇볕’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립 서비스인지 실제로 당장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정책기조가 ‘천안함-연평도’에서 떠나고 있는 기미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성장이냐 복지냐는 시기에 따라 그 추(錐)가 왔다 갔다 하는 법이다. 유럽에서도 그래 왔다. 그러나 대북정책만은 왔다 갔다 해선 안 된다. 대북정책은 일관된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 그 원칙의 1장 1절은 헛물 키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하면 김정일도 이렇게 할 것이다라고 하는 기대가 곧 헛물키기다.

      한나라당 뉴 비전은 적극적인 대화 추진과 대북 지원을 제안하고 있다. 천안함은 저리 밀쳐놓은 꼴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현재로서는 남북대화를 하지 않기로 작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천안함과 연평도는 그 시그널이었다. “너희하고는 안 논다”는 시위였다. 왜? 아마도 김가네 일족의 사활이 걸렸다고 보는 세습과정의 안정성을 위해서, 그리고 이명박-한나라당에 대한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기피인물)’ 지정의 필요에서.

      김정일은 내년에 좌파연합이 남한에서 집권하면 한반도 좌파 통일전선 구축이라는 의미의 '대화로' 나올 것이다. 박근혜 씨가 집권하면 일단은 시험적으로 찔러보기를 해 본 다음 그 반응 여하에 따라 ‘박근혜 판(版) 햇볕’을 주문할지의 여부를 가늠할 것이다.

      이래서 뉴 비전이니 남북대화 추진이니 어쩌고 해봐야 지금으로선 일방적 헛물 키기다. 김정일은 말할 것이다. “너희하고는 안 논다고 분명히 말했지 않느냐?" "간나들, 저러는 걸 보니 급하긴 되게 급했군" 한나라당은 결국 이랬다 저랬다 하다가 속이나 보이고 능멸이나 당하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러려면 애초에 왜 똥폼 쟀냐"는 핀잔과 함께.

     내년에 정권이 좌파로 가거나 박근혜 씨에게 갈 경우엔 뉴 비전 운운은 더욱 더 '말짱 도루묵'이 될 게 뻔하다. 새 정부는 자기들이 만든 자기들의 뉴 비전을 내놓으려 하지 왜 전(前)정권이 다급해서 부랴부랴 만든 올드 비전을 쓸 것인가?

      한 마디로 뉴 비전 운운은 선거를 앞두고 개헤엄 치는 것이다. 떠날 정권이 무슨 '뉴'인가? 국으로 마무리나 할 것이지. 그 문서를 작성한 사람들 자신이 내년 총선에서 국회에 재입성 할지 못할지도 모르는 판이다. 이런 썰렁한 형편에 웬 걸맞지 않게 뉴 비전?

      김정일도 ’차기‘도 일별(一瞥)조차 주지 않을 헛물 키기-.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