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소비자금융보호국장 좌절된 워런, 내년 상원의원 도전
  • 미국 소비자권익 운동의 기수인 엘리자베스 워런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특보가 공화당의 정치공세로 초대 국장의 꿈이 사라지자 정계 진출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이번주 정부 조직으로 신설되는 CFPB 초대 국장에 오하이오주 검찰총장을 지낸 리처드 코드레이 CFPB 감독국장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CFPB의 초대국장은 워런 특보가 유력시됐었지만, 월가의 금융자본 관행에 칼을 벼리던 워런 특보의 진보성에 대한 공화당의 반발로 그의 기용이 좌절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버드대 법대 교수인 워렌을 CFPB 수장 적임자로 꼽았으나 공화당의 거세게 반발하자 지난해 9월 CFPB 설립 주도역할을 맡길 때도 상원 인준을 거치지 않는 특보 자리로 워렌을 임명하는 편법을 썼다.

    워렌은 특보로서 CFPB의 주춧돌을 놓았고, 공식 출범까지 이끄는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공식 출범을 앞두고도 인준을 담당하는 상원의 공화당 미치 매코넬 원내대표와 리처드 셸비 금융위 간사를 비롯, 공화당 의원들은 "CFPB의 권한과 구조에 근본적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어떤 국장도 인준을 반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워렌 특보의 국장 임명을 겨냥한 것이다.

    CFPB는 신용카드나 모기지와 같은 금융상품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기관으로 월가에는 두려운 존재로 부상할 수 밖에 없는데다, 워렌이 이 조직을 이끈다면 여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공화당을 비롯, 보수파의 반발이 격렬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내 논쟁을 피하기 위해 한발 물러서 대안을 택한 것이다.

    워런의 국장 임명이 좌절되자 곧 그가 내년 매사추세츠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워런은 이날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상원의원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1년 가까이 CFPB 설립을 위해 하루 14시간씩 일해왔다"며 "그 문제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의사 표명이다.

    민주당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숨진 후 지난해 초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스콧 브라운 의원에게 의석을 빼앗겼다. 당 지도부도 진보주의자인 워런이 케네디 의원의 유지를 계승할 적격자로 생각하고 있다.

    월가에 맞서는 조직의 수장을 꿈꾸다 상원 공화당의 반발로 물러선 워런이 선거로 상원 공화당에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을지가 미국정계의 관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워런이 도전할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선거는 내년 대선과 같은 시기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