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원희룡 對 유승민·남경필
  • 한나라당 지도부가 18일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지원 여부를 두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주민투표를 반대하는 유승민·남경필 최고위원과 당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나경원·원희룡 최고위원이 상반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먼저 당의 합의가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찬성과 반대를 할지가 결정되는 것 아닌가”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당내에 상당히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도부가 먼저 합의를 도출하고 의원총회에서 열띤 토론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상급식 자체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만5세 미만 무상보육에 소득 수준을 관여하지 않는 만큼 무상급식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 최고위원은 “급식 문제는 의무교육에 포함될 수 있는 이슈기 때문에 당이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 ▲ 18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최고위원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18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최고위원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나경원 최고위원이 반박에 나섰다.

    그는 “이는 포퓰리즘과 반(反)포퓰리즘의 문제이며 꼭 필요한 성전이기에 오 시장 혼자 싸우도록 두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아울러 “그동안 무상급식에 대해 당내 의견이 계속 있어왔고, 당은 전부에게 공짜로 주는 것을 반대하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무상급식을 다시 쟁점화하자는 데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지난 주말 오 시장을 만나 무상급식 주민투표 전말을 들었는데 투표율만 성립된다면 서울시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소극적으로 엉거주춤할 게 아니라 당이 투표율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는 “중앙당이 투표율 제고를 위해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시장과 당의 소신을 충분히 반영시키고 주민의 판단을 받는다면 얼마든지 결과에 대해 정치적·법률적 해법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원 최고위원은 지난해 광역단체장들과 간담회 형식으로 현안에 대해 논의한 점을 상기하며 “오 시장을 비롯해 다른 단체장을 최고위에 불러 설명을 듣고 논의하는 것도 당의 혼란 수습에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무상급식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의 차이인데, 이 속도의 차이를 놓고 온 시민을 모두 투표장에 나오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주민투표 자체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갈등으로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비용도 상당히 드는 만큼 이 국면에서는 한발씩 양보해 정치적으로 타협하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