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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에서 고성이 오가던 중 홍준표 대표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싼 한나라당 최고위원간 갈등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는 11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정권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는 당직 인선안을 놓고 다른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김 의원은 지난 7.4 전당대회를 전후로 홍 대표를 적극 도왔던 인물이다.
앞서 홍 대표 측 관계자는 “홍 대표가 이날 사무총장에 김정권 의원, 사무1부총장에 김성태 의원을 각각 임명하는 대신 나머지 여의도연구소장과 사무2부총장은 친박계 인사를 추천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고위원들의 대답은 한마디로 “노(NO)”였다. 특히 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이 ‘캠프인사 사무총장 기용’에 거듭 반대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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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이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당직 인선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홍 대표와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는 고성이 오가며 날선 신경전이 펼쳐졌다.
“(내가) 당 대표로 압도적으로 당선됐다”는 홍 대표의 목소리가 회의장 밖에까지 흘러나왔다.
급기야 홍 대표가 회의 도중 얼굴을 붉히며 회의장을 뛰쳐나갔다. 이날 철저하게 비공개로 치러진 최고위원회의는 홍 대표가 빠진 채 계속됐다.
이후 다시 10여분 가량 홍 대표가 빠진 채 논의가 진행되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대표실을 찾았다. 홍 대표를 '모셔 오는' 모양새를 취한 것. 이후 홍 대표가 다시 최고위에 참석한 채 회의가 정상적으로 속개됐다.
하지만 약 두 시간 동안의 마라톤 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접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2일 당직 인선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 했다.
◇ ‘문제’는 내년 ‘공천’
최고위원들의 반대 이유는 바로 ‘공천’이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사무총장은 공천 실무를 장악하는 공천 시스템의 핵심인 만큼 사무총장 자리에 측근을 기용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밝혔다.
원 최고위원도 사무총장은 총선 공천 때 당 대표의 입김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홍 대표의 측근인 김 의원 임명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나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인선과 관련 “중립 성향의 사무총장을 찾아야 한다”면서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친이-친박계가 아닌 중립 성향의 사무총장이 돼야 하며 탕평인사를 위해 홍준표 캠프인사가 배제돼야 한다는 것도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출직 최고위원 중 남경필 의원만 김 의원의 사무총장 임명에 찬성 견해를 밝혔다.
그는 “공천 관련된 자리가 사무총장 하나가 아니라 1·2사무부총장, 여의도 연구소장 네 자리인데 네 자리 중 한 자리에 대표가 자기 뜻을 펼 수 있는 사람을 넣는 것도 좋다고 본다”고 했다.
공천 시기를 놓고도 지도부 사이에서 이견이 표출됐다.
홍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공천문제가 정책보다 앞서 나오면 정치권은 또 다른 갈등에 휩싸이고 당의 변화와 개혁은 진정성을 의심받게 되기 때문에 내년 1월말쯤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홍 대표의 의견에 공감하면서 “(벌써) 공천 이야기가 나오면 모든 이야기가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간다. 공천은 때가 되면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나경원-남경필 최고위원은 이러한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7월말~8월초까지 당내 ‘공천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이미 여러번의 의원총회를 거쳐 당내 142명의 의원들이 서명한 완전국민경선제법안을 속히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최고위원 또한 “공천에 관한 원칙은 (미리) 확인해 나갈 필요가 있다. 객관성과 예측가능성을 바탕으로 공천 일정이 너무 늦게 제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 당직 인선 갈등은 홍준표가 자초했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홍준표 대표가 이번 당직 인선 갈등을 자초한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전 지도부 출범당시 20여일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당직 인선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홍준표 최고위원이 안상수 대표의 인선안과 관련해 “경선용 잔치”라고 반발하면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홍 최고위원은 “안 대표는 경선용 잔치를 하려 하는가. 당직자 19명 중 12명을 경선 캠프 인사로 채우려 한다. 독선의 도를 넘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측은 정면충돌도 불사하겠다며 ‘홍준표 때리기’에 나섰다. 안 대표 측은 “당직 인선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홍 최고위원이야 말로 교만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전(前) 지도부에서 불거진 당직 인선안 갈등이 새 지도부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마치 '데자뷰'를 보는 듯 하다.
당사자만 바뀌었다. 당시 안 전 대표의 당직 인선안을 비토했던 홍 대표가 이번에는 본인의 당직 인선안을 다른 최고위원들에게 거부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당직 인선을 두고 새 지도부가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국민들에게 썩 좋지 않게 보일 수 있으니 조기에 매듭짓자는 것에 대해선 다들 공감하지만 이런식으로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사무총장 자리가 걸려 있는 만큼 김정권 의원을 홍 대표가 계속 밀고 가면 전 지도부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