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으로 미안한 마음
     
    대한민국의 하는 일이 어쩌면 이렇게도 어설프고 한심한가 생각하고 나 자신도 크게 반성하였습니다. 지난 7월 8일자 조선일보의 최보식 칼럼을 읽으며 ‘평화의 댐’의 진실을 부분적으로나마 알 수가 있었고, 당시의 대통령이던 전두환 씨에게 정말 미안하게 생각했습니다.

    1986년 10월, 북한이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기 위해 저수능력 200억 톤 규모의 금강산댐을 만들고 있으니 우리도 이에 대비하기 위해 ‘평화의 댐’을 만들어야 한다는 5공 당국의 발표가 있었고, 직장마다 월급에서 얼마씩 떼어 강제로 헌금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5공을 군사정권의 연장이라 보고 맹렬하게 반대하던 당시의 ‘민주화투사들’은 하나같이 그것을 “공연히 북을 자극하는 일”이라고 비난하며, 63빌딩의 허리에까지 물이 차는 그림이 신문에 그려진 것을 보고 모두 그것을 당국의 공연한 ‘협박’이라고 비웃으며, “금강산댐을 저놈들이 무너뜨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그 때 도망가도 늦지는 않다”며 우리는 냉소적 입장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최보식 칼럼을 보니, 북은 ‘금강산댐’ 건설을 포기했고 우리는 1년 만에 공사를 끝냈으며, 1999년 폭우가 쏟아졌을 때 ‘평화의 댐’이 없었다면 ‘화천댐은 무너졌을 것이라니 '평화의 댐'은 이미 혁혁한 공을 세운 셈입니다. 그곳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씨 사진은 있는데 전두환 씨는 이름도 찾아볼 수 없다니, 이런 돼먹지 못한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겠습니까.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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