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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신장개업 했다지만
한나라당이 지도부를 개편했다. 그러나 그에 대해 별 흥미도 없고 관심도 없는 건 무슨 이유일까? 한나라당이 무얼 하겠다는 정당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는 “참다운 보수정당으로 거듭 나겠다”고 했다. 그도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잃었다는 걸 안다는 뜻일까?
정당이라면 "왜 내가 있나?“의 인식이 뚜렷해야 한다. 범야(汎野)는 진보와 햇볕이라는 분명한 ’왜‘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여당인 한나라당도 그와는 다른 분명한 ’왜‘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있을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근래의 한나라당은 범좌파(汎左派)에 주눅이 든 정당처럼 돼 버렸다. 자기들도 보수를 벗어나 진보 쪽으로 한 발 두 발 다가간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늉이었다.
단적인 예(例)로, 한나라당의 그 누가 광우병 소동 때 팔 걷어 부치고 나서서 “미국산 쇠고기는 청산가리가 아니다”라고 외쳤나? 오히려 기가 질려 아첨하지 않았던가? 또 다른 예로, 한나라당 사람들은 보수를 이탈하자는 뜻에서 ”보수 유권자, 지들이 우리 말고 가면 어딜 가?“ 하는 모욕적인 언사들을 내뱉곤 하지 않았던가?
저소득층을 위한 각종 ‘친(親)서민’ 대책을 제시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건 누구나 다 하는 것이다. 그것이 한나라당만의 차별성과 고유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또 그걸 하더라도 좌파정당 아닌 보수정당으로서의 차별성과 독창성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늘 “다른 방법으로 내가 먼저...”가 아니라 “비슷한 방법으로 나도...” 하는 식이었다.
한나라당의 보수정당으로서의 결정적인 승부처는 대한민국의 ‘건국의 이유’를 허물어뜨리려는 것에 대한 이념적인 대치(對峙), 북(北)의 3대 세습 수령 독재와 인권학살에 대한 가치론적인 대척(對蹠), 그리고 그 대치와 대척을 우리 후대에게 길이 전승하려는 문화투쟁(war of culture)이다. 한나라당은 이걸 방기했다. 한나라당이 언제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에 제대로 된 말 한 마디 했나?
이래저래 “참다운 보수정당이 돼야 한다“고 한 홍준표 대표의 연설에 아직은 ”정말?“이다. 최고위원들 가운데는 ‘보수 정체성’이란 말 자체를 언론 인터뷰에서 정면으로 배척한 얼굴, 그 비슷한 얼굴들도 보인다. 당내(黨內) 다양성이라는 교과서적인 말이 있는 줄은 안다. 그러나 반면에, 보수정당임을 자처하는 한에는 보수로서의 일관된 원칙이라는 것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