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세이브엔케이, 북한 각계각층 대표하는 탈북자 초청 토론회 열어 북한 지식층, 미국에 긍정적이나 통일 자체 거부하기도북한 군인, 북한이 말하는 통일은 ‘김일성 식’ 통일
  • 사단법인 세이브엔케이(공동대표 이정훈 연세대 교수)가 주최하는 ‘제3차 열린통일포럼-북한에서 보는 한반도 통일(후원 통일부, 미래한국)’이 30일 오후 서울외신기자클럽(프레스센터 18층)에서 열렸다.

    김범수 세이브엔케이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행사는 탈북한 북한주민들이 생각하는 통일은 과연 어떤 모습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북한의 가계각층 주민들의 대표해 탈북한 지식인, 군인, 여성, 청년 등이 자리해 북한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통일에 대한 인식을 생생히 전했다.

     

    북한 지식층, “한국, 미국 긍정적으로 인식”vs“통일자체 거부, 남측에 멸시당할 것”

    북한 지식인을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북한지성인들의 통일 인식'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대부분의 지성인들은 통일의 당위성, 목표, 통일방안, 사후 관리 등에 대해 북한정권이 주장하고 교육시키고 있는 통일기조를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 지식층을 비롯 일부 지성인들은 ‘북한에 의한 남한의 통일’이라는 이념적 통일보다는 ‘결과’에 주목하는 방향으로 통일인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조선노동당의 통일 정책 외에는 다른 기조를 말할 수 없는 북한의 폐쇄적 특성으로 인해 지성인들의 통일인식을 보편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른바 ‘통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통일은 반드시 북한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점점 엷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남한의 경제력이 급상승하고, 남한국민들의 풍요로운 삶에 대해 많은 정보가 알려지면서 남한을 동경하고 남한의 풍요를 부러워하다보니 남한주체의 통일을 희망하는 지성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미국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보다는 미국의 ‘후광’을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통일주체에 대한 생각은 지극히 협소하다”고 전제한 뒤 “남북한의 협력과 우리민족의 지혜와 힘에 의해 정상적인 통일과정을 바라는 지식인층이 대부분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서 “남한주체의 통일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도 상당수”라면서 “최근 들어 북한정권이 남한의 ‘흡수통일’이 북한의 지식층에게 가져다 줄 불행에 대해 집요하게 선전하고 있어 통일자체를 거부하는 지식인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날 김 대표가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작년 8월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가 펴낸 <간부 및 당원 학습반강연제강>은 “우리의 사회주의제도가 적들에게 농락당한다면 (남에 흡수되어 버린다면), 북한의 간부, 당원, 지식인들은 당연히 동독사람들처럼 남조선사람들의 멸시와 천대를 받게 될 것이며, 일터를 빼앗기고 거리에 내쫏기게 될 것이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통일방법에 있어서도 “한국의 연합제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북한의 통제방식이 더 현실적이고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지성인들이 다수”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서 북한 지성인들이 올바른 통일인식을 가지게 하기 위한 방도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북한 지성인들이 북한이 주창하는 주체사상에 의한 통일의 허구성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를 보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한의 연합제 통일방식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알려줄 것도 주문했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체제와 인민민주주의체제, 시장경제체제와 사회주의경제체제를 비교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바람직한 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의식개변을 돕기 위한 인도주의적 문화지원을 식량지원과 병행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김 대표의 증언은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알려져왔거나 추론에 의지했던 북한 지식인 사회의 통일인식 변화를 실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북한 군인, “김일성, 김정일은 조국통일 원치 않아”...‘우리민족끼리’는 ‘김일성민족’ 뜻 해

    전 북한군 정치장교 출신인 심주일 창조교회 목사는 북한 상층부와 북한군이 생각하는 통일인식의 실체를 밝히는데 중심을 두는 모습이었다.

    심 목사는 “북한군의 사명은 남조선을 해방하는데 있으며 이것은 전쟁과 폭력을 말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고 김일성의 교시 내용을 예로 들며 한국 국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심 목사에 따르면 김일성은 생전 군 간부들에게 자주 이런 말(교시)을 했다. “당에서 평화적 구호를 들면 들수록 군대에서는 싸움준비를 더욱 강화하고 완성시켜야 한다”

    심 목사는 “북한의 모든 정책과 노선이 다 위선적이지만 그들이 말하는 평화통일 노선은 철저하게 위선적”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과의 회담을 비롯한 평화적 제스처가 있으면 있을수록 북한군의 싸움준비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 목사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일은 위선과 기만에 있어 김일성을 뛰어넘었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후 군 간부들에게 “사회주의가 중요한가, 조국통일이 중요한가?”라고 질문한 뒤 “조국통일이 중요하다고 답을 하거나 이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 잘못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김정일은 “조국통일을 말하는 사람들은 다 노망난 사람들”이라고 말 할 만큼 통일에 부정적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김정일은 “조국통일은 내가 마음먹을 탓”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심 목사는 김일성, 김정일의 통일이념은 철저한 ‘북한식’ 통일이라며 북한이 말 끝마다 표현하는 ‘우리민족끼리’는 철저히 ‘김일성민족’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심 목사는 북한은 분명히 김일성식 조국통일을 말하고 있는데 한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북한 여성, 탈북자의 80% 여성 “탈북과정서 자행되는 탈북여성 인권침해, 침묵해선 안 돼”

    이애란 경인여대 교수는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입국하는 북한 주민의 80%가 여성이라며 1990년까지만 해도 여성탈북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남성탈북자들이 대두분이었으나 그 뒤 여성 탈북자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여성탈북자 급증의 이유로 “그만큼 북한에서 여성의 삶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부터 휘청거리기 시작한 북한의 식량배급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악화됐다. 특히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부터는 아사자(餓死者)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인구구조의 변동과 함께 가족해체가 이어졌다. 난민도 이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1985년 남한에 대한 무리한 식량 및 의약품 지원과 19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 행사로 인한 적자는 북한을 식량난에 빠트린 주요원인이었다. 식량난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 더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식량, 연료, 비료의 최대 지원국이었던 구소련의 붕괴, 중국의 대북한 정책 변화는 식량난을 가중시켰다.

    식량배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던 시기에도 늘 식량부족을 느끼며 만성적인 에너지 및 원자재의 부족에 시달리던 북한주민들은 결국 극심한 식량부족에 직면했다. 연이어 발생한 자연재해(냉해, 홍수, 가뭄)도 북한주민들의 생활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북한여성들에게 통일은 지옥으로부터의 탈출이고 이들이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며 “북녘에 두고 온 아이와 가족을 만나기 위해선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 교수는 “한반도 땅에서 가장 절실히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은 북한 이탈주민들이며 그 중에서도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격앙된 모습으로 그 참상을 소개하며 통일에 앞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북한인권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탈북과정에서 북한여성들에게 자행되는 인신매매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우리민족의 수치”라며 “우리형제이고 혈육인 북한주민의 인권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 청년, “살벌한 삶만 강요하는 사회주의, 굴레로 인식하기 시작”

    북한 청년층을 대표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일 대표(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는 “북한청년들은 ‘청년동맹’이나 보위부 지도원들에 의해 생활 전체를 감시받고 있어, 매우 단조로운 일상을 보낸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대표는 북한당국의 강력한 통제속에서도 외국음악이나 옷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외국문화가 북한청년들의 일상속으로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역설적으로 북한 청년들의 통일인식을 뒤흔들어 놓은 사건은 임수경의 방북이었다.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 남측 대표로 방북한 임수경은 북한주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북한주민들은 말로만 듣던 헐벗고 굶주린 남조선 청년을 직접 봤으나 처량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미국의 식민지속에서 가난에 찌들어 사는 것으로 여겼던 남조선의 이미지는 임수경의 화려한 복장과 자유분방한 언행으로 완전히 바뀌게 됐다.

    김 대표는 “당국의 일방적인 통일교육으로 통일이 안 되는 원인이 남측에 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정말 자유롭고 풍요로우며 행복한 사회는 남조선이라는 생각도 슬그머니 퍼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통일방식에 있어서도 북한식 적화통일이 아닌 자유롭고 민주적인 통일을 희망하는 인식이 넓게 자리잡으면서 ‘사회주의 혁명 완수’는 점점 그 의미를 잃고 있다. 혁명, 간고분투, 투쟁 등 살벌한 삶만을 강요하는 사회주의를 이상이 아닌 굴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북한당국이 말하는 통일은 북한주민들의 바램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도 북한이 대남전략의 일환으로 만들어낸 연방제통일안을 이해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무엇이 진정한 통일인지부터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현재 북한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굶주림에서 빨리 탈출하고 숨 막히는 독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재의 탄압에 신음하는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통일 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통일 후에도 남북주민간의 갈등과 북한주민들의 저항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