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에 대한 강력한 처벌법 마련해야
  • 최근 트로트 그룹 아이리스의 멤버 이은미 씨가 헤어진 전 남자친구의 흉기에 온몸을 찔려 사망한 사건으로 대한민국 여성들의 심기가 갈수록 불편해지고 있다.

    소위 ‘이은미사건’이라고 불리는 이번 사건은 현 젊은 세대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애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며 그동안 은밀한 프라이버시로 치부되었던 ‘스토킹’의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스토킹이라는 단어의 어원인 ‘stalk’은 ‘활보하다, 몰래 추적하다’이다. 즉,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집착하며 계속 따라다니며 정신적, 물질적, 신체적 피해를 입히는 범죄행위다. 예전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편지, 전화, 선물, 미행, 감시 등이 주요 수단이었으나 요즘에는 ‘과감’해진 방법들이 세상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폭행은 물론이고 몰래 집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피해자가 들어오면 성폭행을 하기도 하며, 피해자의 지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주어 어쩔 수 없이 항복하게 하는 등 범죄의 스케일도 커지고 더욱 난폭해지는 실정이다. 요즘 발생하는 많은폭행, 살인, 납치 등의 중범죄들이 면식범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도 스토킹의 일면이다.

    스토킹이 우리나라에서 더욱 큰 문제로 부각되는 이유는, 관련 처벌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서양 국가들은 오랫동안 대두되었던 유명인들의 스토킹 사건들 때문에 스토킹 관련법이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전 국가가 반(反)스토킹법을 제정했고, 1998년부터 시행된 연방 반스토킹법은 사이버 스토킹까지 처벌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본 또한 2000년부터 스토커 규제법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스토킹에 대한 법률이 없기 때문에 폭력행위 처벌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스토킹을 다루고 있는데, 이렇게 직접적인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크고 작은 스토킹 사건들이 초기에 규제되지 못하고 끈질긴 연장전으로 돌입하게 마련이다.

    스토킹은 비단 이은미 사건처럼 극단적인 사건들만이 문제가 아니다. 사생활적인 측면이 강해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사실상 빙산의 일각 아래로는 수도 없는 크고 작은 피해자들이 많다. 대학생 김지원(가명,22)씨가 몇 년 째 지속되는 고질적인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고 밝힌 경우를 보자.

    "고등학교 때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헤어진 뒤로 3년째 계속 찾아오고 있어요. 만나주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자 화가 나서 내 방에 돌을 던져 창문을 깬 적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에 관해서도 철저하게 숨겨 왔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강의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거나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갑자기 나타나는 등 놀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에요."

    이동통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더욱 지능적인 범죄도 나타나고 있다. 여대생 김모씨(24)는 약 6개월 간 의문의 남성으로부터 ‘지저분한’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로 하루에도 수십 차례 전화가 오고, 200여 통의 음란한 내용의 문자메세지와 심지어는 자신의 음란한 신체부위를 찍은 사진을 마구 보내는 등 가해자의 행위는 실로 ‘지저분’했다.

    그녀는 "현재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스팸차단 기능과 전화 수신거부 기능이 없어 불편하다. 번호를 바꾸기도 했는데 어떻게 알아냈는지 계속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스팸차단을 하더라도 이런 지능적인 스토커는 어떻게 해서라도 나를 괴롭힐 것"이라며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스토킹 사건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여성인 것이 사실이지만, 남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정재훈(가명, 25)씨는 약 2년 전부터 누군지도 모르는 한 여성으로부터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

    "만나는 여자들마다 그 스토커가 찾아가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해 관계에 훼방을 놓아요. 집은 어떻게 알았는지 편지와 선물을 주기적으로 보냅니다. 그런데 한번도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누군지도 모르지요. 그게 가장 답답하고 해결 불가능한 부분이에요."

    ‘면식범'이 아닌 ‘의문의 여성’ 때문에 이렇게 사회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것에 "짜증도 나고 두렵기도 하고..하여간 그렇다"라고 하소연 했다.

    면식범이든 아니든,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해 주지 않고 자기만의 만족을 위해 따라다니는 스토킹은 명백한 범죄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을 인격 장애의 일종이라고 말한다. 즉, 가해자들은 ‘상대도 나를 좋아하고 있거나, 이렇게 따라다니면 언젠가는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일방적인 환상을 가지고 계속 멈추지 않고 집착하는 것이다.

    사회가 점점 개방되면서 개인의 사생활이 갈수록 노출됨에 따라, 모두가 스토킹의 ‘위험지대’에 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나를 감시하고 있고 괴롭히게 될지 모르는 현 상황에서, 스토킹에 대한 명확하고 강력한 처벌법이 필요하다.

    서윤지 인턴기자 (고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