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중국이 최근 체결한 나선·황금평 공동개발사업은 통신·통행·통관 등 이른바 3통(通)'이 유연해지고 노동시장이 생기는 등 개성공단 공동개발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중국의 `라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경제지대 공동개발 계획요강'은 지난 2000년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단 종합개발 계획'에 비해 투자자의 편의를 보장하는 항목이 늘고 대규모 개발도 과감하게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국이 경제적인 목적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안정을 꾀하는 다목적성을 갖고 개발에 임하고 장성택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과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이 공동관리위원장을 맡는 등 양국간 협의가 깊고 넓어졌다.

    ◇유연해진 `3통(通)'

    `계획 요강'을 보면 개성공단 운영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통신·통행·통관 등 이른바 `3통(通)'이 한층 유연해진 것이 눈에 띈다.

    우선 양국은 `자유롭고 원할한 망(網)통신을 보장'하기로 하고 고정·이동통신망(유무선 통신망)은 물론 인터넷망과 광섬유망도 구축하기로 했다.

    개성공단의 경우 애초 유무선통신과 데이터통신망을 구축하기로 합의했으나 현재는 유선통신 이용만 가능한 상태다.

    개성공단이 설립 당시 교통망에 대한 별도의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가 이후 당국간 합의를 통해 4차선 도로를 신설한 반면 나선·황금평 사업에서는 북중이 항만, 도로, 철도, 항공 등 다양한 교통망 개발을 상세하게 합의했다.

    나선지역에는 나진항을 중심으로 선봉, 웅진항을 개발하면서 나진과 원정리·청진·두만강을 잇는 고속도로 등 도로시설도 확충하기로 했다. 나진-선봉-남양간 철도 개·보수와 중국 훈춘(琿春)으로 이어지는 철도, 청진 민용비행장 건설도 예정돼 있다.

    황금평 경제특구에도 현재 건설 중인 신압록강대교 외에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으로 이어지는 2개의 출입도로를 건설하고 여객·화물 부두를 새로 짓는 등 다수의 건설계획을 세웠다.

    통관에서도 북한은 경제특구 개발을 위한 설비와 물자에 대한 수입관세와 특구에서 가공·생산된 제품에 대한 수출관세를 면제하는 등 특구 개발에 적극적이다. 양국은 이중과세방지협정 체결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시장'도 허용한 北

    `계획 요강'에는 북한에 노동시장을 개설해 기업과 노동자가 자유롭게 상호 선택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특히 눈길을 끈다.

    북한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고 국가에서 정해준 직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당국을 배제하고 중국기업과 북한 주민간에 선택이 이뤄지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또 북한은 나선·황금평 지역에 중국인의 출입을 보장하고 중국인과 제3국인의 장기거주도 허용하는 등 이 지역에 대한 통행도 대폭 개방했다.

    이처럼 북한이 개방의 폭을 확대한 것은 개성공단 설립 당시 정치적으로 적대관계인 한국으로부터 과도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을 기울인 것과 달리 중국과는 우호적인 관계인 만큼 순조롭게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투자자에게 사업상 편의를 가능한 한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장성택-천더밍 특구개발 `핫라인'

    양국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공동개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황금평·나선 특구 개발 협의를 위한 추진체계를 확실히 한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북한의 실력자이자 대외경제를 전담하는 장성택과 중국경제를 이끄는 천더밍이 직접 나서 정치적 채널을 확보함으로써 특구 공동개발에 대한 양국의 의지를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발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와 현대아산이 추천하는 성원으로 구성된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기업 승인·등록과 건설허가 등 실무적인 업무를 맡고 있는 개성공단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북중이 합의한 `계획요강'은 개발 의지를 과시한 선언 수준이어서 향후 북중 양국간 합의나 법제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개성공단 개발에 참여했던 LH공사는 "(황금평·나선특구 공동개발안이) 개성공단 때보다 일보 발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급조된 흔적이 보인다"며 "계획대로 실행되는지 확인하려면 당사자간에 세부적으로 합의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도 "개성공단 때도 개발계획은 잘 짜였지만 실행이 안된 것이 문제였다"며 "법제화, 토지보상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2012년 강성대국을 앞둔 북한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많은 부분을 양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