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확산 위해 물순환 이용하도록 진화"
  • 우박의 핵 속에서 많은 박테리아가 발견됨으로써 눈·비·우박 등 강수 현상이 박테리아에 의해 자극되기도 한다는 이른바 `생물 강수' 이론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고 BBC 뉴스가 26일 보도했다.

    미국 몬태나 스테이트대학(MSU)의 알렉산더 미쇼 교수는 지난해 대학 캠퍼스에 떨어진 많은 양의 우박을 수집해 여러 층으로 돼 있는 구조를 분석한 결과 바깥층에 있는 박테리아의 양이 비교적 적은 데 반해 우박의 씨앗 역할을 하는 빙정핵(氷晶核)에는 고밀도의 박테리아가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1cc당 수천 마리 수준의 `배양 가능한' 박테리아가 발견됐다"고 미국 미생물학회 회의에서 발표했다.

    미쇼 교수는 박테리아의 단백질 코팅 막이 비교적 따뜻한 온도에서도 물이 얼어붙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이는 박테리아가 자신의 확산을 위해 물의 순환을 이용하도록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눈과 같은 강수 속의 미생물 연구는 1960년대부터 진행돼왔으며 이 중에서도 `슈도모나스(P.)시링가에'는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 박테리아의 유전자는 표면에 단백질 막을 갖도록 발현되는데 이것이 물 분자가 차곡차곡 쌓이도록 유도하며 이것이 핵 형성 지점 역할을 해 일반적인 물의 빙점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얼음이 얼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시링가에의 이런 역할을 매우 효율적이어서 상업적인 인공 제설기(製雪機)에도 쓰일 정도이다.

    자연 속에서 P.시링가에는 식물의 세포벽을 파괴해 세포 내부를 파먹는 식물체 병원균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야 이것이 강수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 루이지애나 스테이트 대학(LSU)의 브렌트 크리스너 교수는 지난 2008년 전세계에서 수집한 눈에서 다량의 박테리아가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박테리아는 식물 표면에 모여 생물막을 형성하기도 하고 숲의 수관(樹冠) 부위에 박테리아 농도가 높은 연무질(에어로졸)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런 연무질은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 검댕이나 먼지가 핵 형성 지점 역할을 할 때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구름 속에서 강수가 일어나도록 자극한다.

    크리스너 교수는 이 연구에 대해 "수십년 전에 제기됐지만 최근에야 입증 자료가 축적되기 시작한 생물-강수 가설을 더욱 확고히 해 준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생물이 기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이처럼 직접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은 놀라움을 넘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