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4년차 주부인 필자는 장볼 때마다 한숨이 푹푹 나온다. 요새 물가는 왜 이렇게 오르기만 하는 건지, 대파가격이 작년만 하더라도 1000원에 한 단을 샀었는데 지금은 1500원짜리도 보기 힘들고, 시금치가격도 2000원에서 좀체 떨어지질 않는다. 애호박 하나, 양파 작은 망하나, 두부 한 모를 사면서 한 바퀴를 빙 돌았다.

    그리고 단백질 보충도 해야 하니 육해공 어디든 한 놈은 사갖고 들어가야 할 텐데…하며 우리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해군을 택했다. 생선코너에 들어서니 언제 올랐던 고등어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안보이고, 그 흔하던 오징어는 눈도 퀭한 놈들이 한 쌍에 5000원이나 한다고 그러고, 갈치는 또 왜 이렇게 비싼지. 굽고 튀기거나 데쳐서 초장 찍어 먹을 줄만 아는 필자로서는 다른 생선들은 줘도 못 먹고.

    그래서 생선코너는 패스. 정육점 앞, 정말 요즘 같아서는 삼겹살 먹느니 한우 먹는다는 소리가 나올 법 하다. 삼겹살이며 불고기감도 두 배로 뛴 것 같다. 닭도 그 ‘닭’ 싸진 않고. 그럼 쇠고기 먹어볼까? 가격은 역시나 한우 따라올 외우(外牛)없더라.

    결국 필자의 선택은 조금 슬프지만 국거리만 국내산으로 사고 불고기감을 호주산으로 골랐다. 이건 순전히 아직 국거리까지 수입을 먹을 처지도 아니며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국물로 먹는 건데 그래도 맛있는 것을 사고 싶은 주부의 욕심 때문이다. 

    그런데 불고기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우 아니면 호주산이다. 혹시 조금이라도 안 익을까봐 오래 가열하는 조리습관 때문에 좀 질긴 호주산보다 연한 미국산을 사고 싶지만 필자가 사는 동네에서 미국산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유모차 끌고 고기 사러 여기저기 다닐 수도 없는 형편이라 더 난감하다.

    미국산은 없냐고 정육점아저씨께 물어보니 조금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여기서는 미국산 찾는 사람 없어요! 하며 손사레를 친다. 그 자리에서는 조금 민망해서 ‘그래요?’하고 말았는데 그날 저녁 아이가 불고기를 먹다가 손으로 꺼내보고 다시 입에 넣고는 한참을 씹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내가 이걸 왜 사왔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4살짜리 아이에게는 너무 질긴 고기였는지 결국 몇 조각 먹다가 뱉어놓고 다른 거 달란다. 내참, 아이 때문에 맵지 않은 소불고기를 선택한 건데 갑자기 화가 났다.

    그리고 궁금했다. 진짜 주부들이 아직도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불신이 많이 남아있는지. 그래서 아이엄마들에게 무작위로 물어봤다. ‘소고기 미국산 어때요?’ 그랬더니 23명의 주부가 대답해줬다. 결과는 역시나 였다. 그 중 3명만 미국산이 호주산보다 낫다고 답했고, 나머지 20명(86%)은 미국산에 대해 모두 부정적이었다. 미국산을 먹어보니 누린내가 나더라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맛을 비교하기보다 미국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내 자식 먹여서 나중에 무슨 일 나면 무슨 원망 들으라고 미국산 소고기먹이냐’며 자신도 ‘미쳐서 병원가면 아이들에게 짐 되니까 안먹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때 그 혼란은 3년이나 지났고 미국산 소고기의 점유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지만 주부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PD수첩의 방송내용에 대해 MBC는 이미 사과방송도 했고, 법원은 ‘광우병방송’에 심각한 허위가 있다고 확인해줬다. 인간광우병은 떡 먹다 죽을 확률보다 낮고, 광우병 걸린 소의 뇌를 정맥에 주사 맞지 않는 한 걸릴 수 없다고까지 했다. (미국 캔서스대학의 위르겐 리히트 교수는 2008년 11월 한국에서 개최된 국제광우병심포지엄에서 비전형 광우병소의 SRM을 원숭이에게 투여한 실험에서 뇌에 혹은 정맥 내 주사로는 광우병이 발생했으나 입으로 먹이는 원숭이에서는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는 트라우마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쓰러지는 소=광우병 걸린 소, 뇌송송 구멍탁, 100만명 촛불시위, 촛불소녀, 유모차부대까지…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는 광우병 불신은 언제쯤 치유될지 모르겠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필자는 그들이 어느 나라 소고기를 먹든 상관하지 않겠다. 그럼 내 딸아이에게 질긴 호주산을 먹일 수밖에 없는 이 어이없는 상황은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광우병대책위가 보상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촛불시위대가 보상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편파 방송한 방송국들이 해줄 수도 없는 내 고기.... 나의 선택권, 우리 가족도 소고기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권리는 어떻게 찾아야하는가?

    이 칼럼은 청년지식인포럼 story K의 양해 하에 게재합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