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열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시복식(諡福式)이 바티칸에 모여든 100만 명 이상의 가톨릭 신자들과 세계 각국의 가톨릭 교회의 축하 속에 성대하게 치러졌지만, 그가 교회 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복자(福子)의 반열에 오른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교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2005년 4월 2일 지병인 파킨슨병과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선종한 지 불과 6년 1개월 만에 성인 반열의 직전 단계인 복자로 선포됐다.

    교황청이 지명한 의사와 신학자, 추기경, 주교 등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는 요한 바오로 2세가 프랑스 수녀 마리 시몬-피에르의 파킨슨병을 기도로 치유한 것을 기적으로 인정했다.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기적이 필요하지만, 교황청은 이미 보고된 수백 건에 달하는 `기적'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가 평신도나 성직자를 복자로 선포하기 위한 심사 절차는 선종 후 최소한 5년이 지나야 시작되며, 요한 바오로 2세의 경우 일단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전의 경우 해당자가 복자로 선포되기까지 보통 수십년에서 길게는 수백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것이다.

    신속한 복자 선포의 전례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자신이 세웠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97년 9월 9일 타계한 마더 테레사 수녀를 사망 후 6년 1개월 10일 만인 2003년 10월19일 복자로 선포했다.

    이번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시복은 테레사 수녀의 기록보다 약 열흘 정도 짧은 것이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가톨릭 교회 내 일각에서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이 너무 성급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교회 내 진보주의자들은 요한 바오로 2세가 해방신학의 중심지인 남미의 교회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자세를 보였고, 최근 가톨릭 교회를 흔들고 있는 성직자들의 미성년자 성추행 추문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미국에서 처음 불거진 성추행 추문은 대부분 요한 바오로 2세의 재임 중 발생한 것이고, 현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당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라는 이름으로 바티칸의 감찰 책임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베네딕토 16세가 성추행 추문에 따른 가톨릭 교회의 위기를 추스르기 위해 시복을 서둘렀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반대로 보수주의자들은 요한 바오로 2세가 다른 종교에 대해 지나치게 개방적인 자세를 취했고, 아프리카 등에서 교회의 전례(典禮)가 현지 문화에 `오염'되는 것을 방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교회의 다수는 요한 바오로 2세가 27년의 재임 기간 지구에서 달까지의 약 1.5배에 달하는 거리를 여행하면서 유대교와 북유럽 루터교 등과의 종교 간 장벽을 허무는 데 기여했고, 젊은이들의 영성을 일깨우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또 `철의 장막'이라는 동.서 이념 갈등의 장벽을 넘어서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시복식 강론에서 요한 바오로 2세가 "거인의 힘"으로 그리스도교를 수호하고 맑스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섰다며 자신의 최단기 시복 결정을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