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9일 모 일간지 신문 1면에 북한인권법 통과를 촉구하는 대학생들, 이른바 ‘P세대’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18일에는 북한인권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이 있었다. 이달 4일부터 탈북단체 대표들이 법안통과까지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인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의 북한인권 사진전도 곳곳에서 열렸다.

    황우여의원 등 23인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은 2010년 2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채 1년을 넘겼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하면 또다시 사장될 위기에 있는 이 법안에 힘을 실어주기위해 시민단체, 지식인, 대학생, 탈북자들이 전방위로 힘을 모으고 있다.  
      
    사실 ‘북한인권법’은 필자 같은 ‘줌마’에게는 멀고도 먼 나라 이야기다. 차라리 동일본 대지진으로 즐겨 쓰던 일제 기저귀를 못 쓰게 되었다는 안타까움만도 못한 이야기가 정치이야기고 북한이야기인 것이다. (이건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일제 기저귀이야기는 극히 일부의 지각없는 사람들의 행동이 침소봉대된 감이 없지 않다. 당시 얼마나 많은 ‘줌마’들이 일본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성금내기 전화에 동참했는지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북한인권법'제정은 그자체로 파급력을 가질 것

    그런데 뜬금없이 ‘북한인권법’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것도 일종의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장기적인 결론 때문이다.

    북한의 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 북녘의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고, 탈북여성들은 중국남자들에게 몇 위안에 팔려나가고, 북한 내의 정보는 극도로 차단되어 있다. 북한인권문제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분명해진다. 어쨌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변화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한다.

    통일부가 인권개선을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하고 탈북자들을 위한 지원을 늘려야한다. 북한에 외부의 정보를 많이 들여보내야한다. 이런 일들이 북한인권법을 통해 시작될 수 있다.

    이미 정부나 시민단체들이 여러 통로를 통해 지원하고 있고 국제사회의 지원도 있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북한인권법’이 갖는 상징성과 실효는 다른 차원이다. 정식법령을 통해 탈북자를 지원하고, 민간을 통해 북한내 정보를 유통시키고, 인도적 지원을 늘리는 것은 좀 더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도 다룰수 있게 해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도 국내탈북자들을 위해서나 미래를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애초에 감정에 호소하는 일은 그만두겠다. 내 아이의 친환경 먹거리를 고민할 때 굶주리며 장마당을 헤매는 꽃제비를 생각해 달라. 뱃속아이를 위한 영어태교, 음식태교에 열을 올릴 때 교화소에서 일어나는 강제낙태와 영아살해를 생각해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지만 참는다. 결국 내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뿐이다.

    북한인권법은 내 아이의 미래 동료, 북녘의 친구들을 돕는 일

    하지만 북한인권법을 다르게 한번 보자.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어쩌겠는가. 김정일 사후 또는 그가 정치능력을 잃어버린 후 어떤 식으로든 대한민국과의 업보를 나누게 될 시기가 올 것이다. 그 시기를 내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맞게 하겠는가? 연착륙을 도와주겠는가?

    자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 아프리카 등지의 아이들과 결연을 맺는 엄마를 본 적 있다. 그럼 그 아이들에게 더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 법안통과를 위한 행동에 나서보라. 아프리카의 아이보다 북녘의 아이가 내 아이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이 몇 십배 높다. 내 아이가 이끌고 갈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 북한문제와 맞닿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어떤 원망을 듣기 전에 당당하게 보여주자. 너희 부모는 최소한 이런 노력을 했었다고. 

    우리도 북한인권법 통과를 바랍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의 선택지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저 “북한인권법 통과를 촉구합니다”정도의 댓글이면 족하다. 이런 댓글이 법안통과를 촉구하는 ‘줌마’들도 있더라는 정도로 끝나고 말지 모른다. 어쨌든 이렇게라도 의사표현을 해보자는 제안이다. 우리의 이런 뜻이 모인다면 그야말로 각계각층이 북한인권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셈이 된다.

    이제 너무 통속적이고 뻔한 말로 마무리하려한다. “남 일이라 생각말고 우리가 북한문제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보자. 내 아이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