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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는 일본 학자가, 진달래는 러시아 학자가 학명을 지었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자생식물 학명을 최초로 붙여준 ‘저자’ 중 한국인은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국립생물자원관(관장 김종천)은 한반도 고유종 2,177종을 포함한 국가생물종 36,921종 중 최초 기록시점의 분석이 가능한 32,844종의 저자를 일제강점기와 최근 10년간의 자료를 중심으로 4개 기간 (∼1909, 1910∼1945, 1946∼2000, 2001∼2010)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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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란 종을 최초로 발견하고 학명을 공표한 인물로, 보통 학명 뒤에 표기하는 것이 관례로 이름 뒤에 최초 발표년도를 삽입한다.(예:Homo sapiens학명 Linnaeus저자 1758 최초발표년도)
자생생물(종)이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고유종 포함)로 다른 나라에도 서식가능한 종이다.
분석결과, 한국인 학자가 기록한 종은 모두 2천여 종(6%)이고, 일본인이 4천여종(13%), 기타 외국인이 2만6천여 종 (81%)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가 흔히 보는 진달래 학명 hododendron mucronulatum은 러시아 학자 투르크지나우가 1837년에 붙였다. 또 개나리 Forsythia koreana는 일본학자 나카이가 1926년 붙였다. 산철쭉 학명 -
Rhododendron yedoense f. poukhanense는 해방후인 1972년에 일본 학자 수기모토가 지었다.
시기별로 최초발표자는 19세기까지는 주로 서양인,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한국인에 의해 종의 발표가 본격화된 시점은 광복 이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강점기 이전(1909년도까지) 발표된 1만7천종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에 분포하여 다른 나라에서 채집되고 발표된 후에 한국에서 분포가 확인된 종이 대부분이며 주로 유럽과 미국 등 서양학자에 의해 발표되었다.
일제강점기(1910∼1945)에 신종으로 기록된 6천여종 중 일본인이 한반도 고유종 398종을 포함한 2천여종(30%)을 발표한 반면(표 1,2) 한국인이 신종으로 발표한 종은 회양목 등 13종에 불과 하였다.
당시, 석주명(나비), 조복성(곤충), 정태현(식물) 등의 한국인 학자들이 신종 13종을 발표하였으나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종은 3종에 불과하다(표 3).
10종은 이전에 기록된 종과 동종이명(同種異名)이거나 발표 후에 속(屬)이 바뀌어 학명이 변경돼 발표가 무효화됐다.
이에 반해 한국산 식물을 연구한 대표적인 일본학자인 동경대 나카이(Nakai) 교수는 한반도 고유종인 개나리 등을 포함한 한국산 신종 497종을 발표했다.
한편 이 시기에 미국인에 의한 한반도 고유종의 해외반출도 이뤄졌다. 미국학자 윌슨(Wilson)이 반출하여 발표한 -
- ▲ 구상나무.
구상나무는 개량되어 크리스마스트리로, 노각나무는 정원수로 각광받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전 세계 15개국 53개 기관에 우리 자생생물 100만여 점의 표본이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학자의 연구가 활발한 시기는 광복 이후(1946∼2010)로, 이 기간 2천여종이 발표됐다.
특히 국내학자에 의해 발표된 자생생물 2천여종 중 광복 이후 55년간 1천1백여종이 발표되는데 그쳤으나, 2001년 이후 44%에 해당하는 9백종이 발표되어 최근에 국내 학자에 의한 자생생물의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되었다. 특히 6.25전쟁과 재건기 등을 빼면 실질적으로 40여년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광복 이후에도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산철쭉을 포함한 95종의 한반도 고유종을 일본학자가 발표하는 등 일제 강점기에 반출된 자생생물을 이용한 일본인의 한국 자생생물 연구는 계속되었다.
한편, 국립생물자원관 길현종 박사는 “나고야의정서(생물유전자원을 보유국의 주권적 권리와 이익공유의 국가간 협약) 채택 등 국제적으로 자국의 생물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심화 되고 있어 우리 스스로 자생생물자원을 발굴해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재 한반도에는 10만종의 동식물이 서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종은 3만7천종에 불과하다.한편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2020년까지 6만여 종을 발굴할 계획이지만 현재 국내의 부족한 분류학 인프라로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며 “생물자원 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생물자원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국내 분류학 인프라 확대를 위한 국가의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