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보전 두고 중앙-지자체 격돌패닉빠진 여권, 결과는 여전히 미지수
  • 지난 6일 오후 국회. 경기도청 박익수 자치행정국장의 발길이 분주하다. 손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서명한 서한문이 쥐어져 있었다. 박 국장은 경기도 지역구 국회의원실을 순회하며 이를 전달했다. 이례적인 풍경을 연출한 이 편지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취득세 50% 추가 감면안을 국회에서 저지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정책을 두고 ‘섣부른 결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했다. 다음날인 31일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회 법안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정부의 '3·22 주택거래 활성화 조치'를 두고 한나라당 내부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다. 신공항, 과학벨트 등 국책사업을 논의하면서 불거졌던 갈등과는 또 다른 파열음이다. 당장 눈앞에 ‘돈’이 걸린 문제다 보니 서로에게 쌓이는 감정도 상상 이상이다.

  • ▲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자체 세수보전 방침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정부의 취득세 인하 방침에 반발한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 참석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광역자치단체장들의 모습.ⓒ연합뉴스
    ▲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자체 세수보전 방침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정부의 취득세 인하 방침에 반발한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 참석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광역자치단체장들의 모습.ⓒ연합뉴스

    ◇ 중앙정부-한나라당, 잠룡 달래기(?)

    오세훈, 김문수 여당 소속 잠룡 2명이 선두에 서서 외치는  ‘결사반대론’이 거세지만, 이 정책을 추진하는 쪽도 여권이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는 논리를 내세운 중앙정부와 세수가 줄어들면 파산할 것이라며 경고하는 지자체의 대립구도가 표면이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총대는 김 지사의 간곡한(?) 편지까지 받은 심재철(안양 동안)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이 맸다. 심 의원은 취득세율을 50% 감면하는 내용의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국세인 부가가치세를 현행 지자체에 배분하는 비율을 5%에서 10%까지 인상시키고 지방교부세율도 2% 올려 부족한 세수를 보전해주겠다는 파격적인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부정적인 시각이다. 취득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분만큼 지방교부세를 늘려준다면 납득할 수 있지만, 과연 중앙정부가 세수보전을 해주겠느냐는 입장이다.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의 임기응변으로 보는 시각도 팽배하다.

    오 시장은 “정부가 세수보전을 하겠다고 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소모될 돈의 용도는 다 정해져 있고 계획도 세워져 있는데 어디서 구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마찬가지로 김 지사도 “정부가 금년도분 재정손실을 보전한다고는 하지만, 그 이후에 대한 보전대책은 전무하다. 한번 시행된 감면제도를 폐지하기에 너무 많은 저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과민한 반응’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지자체 세수보전 부분에 대해 이미 상당부분 논의가 진척된 상황”이라며 “시·도지사들이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설득작업을 하고 있고 안건은 4월 국회에서 통과가능하다”고 말했다.

    ◇ 정부 내부도 ‘이견’, 여권 지도부는 ‘혼란’

    지자체 세수보전을 두고 정부 내부에서도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입장이 엇갈린다.

    행안부는 지방 교부세율과 지방소비세 등 국세를 조정해 지방세의 세입을 늘리는 심 의원이 제안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 7일 정부의 취득세 인하 방침을 비판하는 서병수 국회의원ⓒ연합뉴스
    ▲ 7일 정부의 취득세 인하 방침을 비판하는 서병수 국회의원ⓒ연합뉴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지방세와 국비의 비율을 맞추기 위한 제도적 방안에 대해 부처별로 의견을 조율 중”이라며 “다소 의견 접근이 이뤄지면 교부세율과 지방소비세를 가급적 조기에 인상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행안부는 6일 안양호 제2차관을 서울시청으로 급파해 오 시장과 긴급회동을 통해 설득을 시작했다. 경기도는 김 지사와 안 2차관이 도지사와 행정부지사로 함께 일한 인연을 살려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세수보전방식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은 올해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이를 두고 지방교부세율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회가 밀어붙인다고 해도 어렵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권 지도부 내에서 들리는 반발의 목소리도 심상치 않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부처는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도 합의도 없이 취득세 감면이 발표돼 시장의 혼선만 가중시켰다”며 “취득세 감면은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됐다”며 “지자체에 믿음을 주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누가 ‘우군’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여권 지도부는 ‘패닉’에 빠졌다. 당연히 야권은 신이 났다.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민주당은 지자체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취득세 인하 반대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논란 속에 정작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혼란은 걷잡을 수 없지만, 세금 혜택이 언제 시작되는지만 목 놓아 보고 있는 거래 대기자들의 불만을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