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4001', 황색저널리즘 자극‥도발적 내용 가득정운찬·김우중 등 정·재계 인사 '과거 인연' 들춰내전직 언론인 C "사실무근 주장, 법적 대응할 것" 반발
  • 2007년 학위위조 파문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정아(39)가 자신의 치부를 구구절절히 담아낸 에세이집을 들고 4년 만에 대중 앞에 나섰다.

    수감 시절 자신의 수인번호(囚人番號)인 '4001'을 에세이 제목으로 내세운 신정아는 얼핏보면 참회록 같은 형식을 띠고 있으나, 내용을 살펴보면 황색저널리즘을 자극하는 도발적 내용이 가득한 일촉즉발의 '시한폭탄'을 들고 나타났다.

  • ▲ 지난 2007년 학력위조 사건 등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가 22일 오전 자전적 에세이 '4001' 출간 간담회를 갖기 위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간담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2007년 학력위조 사건 등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가 22일 오전 자전적 에세이 '4001' 출간 간담회를 갖기 위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간담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2007년 학력위조 파문이 불거진 후 수감 생활을 거치면서 약 4년 동안 써두었던 일기 중 일부를 편집해 발간했다고 밝힌 신정아는 적지 않은 지면에 정재계를 망라한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을 적어내려가며 자신과 얽히고 섥혔던 과거사를 죄다 끄집어냈다.

    책자 소개글에는 "당시 '신정아 사건'은 사건 보도 과정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에 대한 언론의 과장 보도와 지나친 선정주의로 개인의 인권 보호에 대한 여론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다"는 문구가 뚜렷히 적혀있지만 정작 신정아는 이번 에세이집 발간을 통해 스스로 특정인의 인권 침해 및 선정주의를 부추기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실제로 22일 롯데호텔에서 책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린 직후 전국의 모든 언론이 일제히 신정아와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면서 온갖 자극적인 단어와 문구들이 인터넷에 난립하고 있다.

    '19禁 딱지'를 붙여도 좋을 만큼 적나라한 애정 묘사는 물론 정운찬 전 총리, 노무현 전 대통령,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유력 인사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낱낱히 공개돼 대중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의 치정사는 물론 타인의 불필요한 정보까지 완전 노출된 부분에 대해선 차후 명예훼손 소송 등 법적 고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술자리에서 신정아에게 추행을 한 인물로 묘사된 전직 언론인은 이미 법적 소송을 제기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22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도 "신정아 본인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이니셜을 쓴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한 뒤 "법률 자문을 구해보니 이니셜을 사용하더라도 특정인을 암시할 경우, 명예훼손에 해당된다. 출판물을 재인용한 언론 보도도 포함된다"고 밝혀 법적 대응을 고려 중임을 시사했다.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한 점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신정아는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한 이유로 당시 제기됐던 이른바 '배후설'을 해명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신정아는 수차례 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소개하며 "대국민담화에 대한 모니터를 요청하거나 대변인을 해도 잘 할 것 같다는 말을 건넨 적이 있다"고 밝혀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음을 은연 중 내비쳤다.

    또한 신정아는 "(자신이)미술계 밖의 일에는 도무지 관심을 보이지 않자 노 전 대통령이 측근인 모 의원을 소개해줬다"며 정치권 인사와의 만남을 직접 주선한 사실도 거론했다. 특히 신정아는 그때 소개받은 인물이야말로 '대통령의 남자'였다고 밝혀 현 정치권과도 연결될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을 들추어냈다. 

  • ▲ 지난 2007년 학력위조 사건 등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가 22일 오전 롯데호텔에서 열린 자전적 에세이 '4001' 출간 간담회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2007년 학력위조 사건 등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가 22일 오전 롯데호텔에서 열린 자전적 에세이 '4001' 출간 간담회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각에선 신정아가 소송에 휘말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같은 책을 발간한 데에는 정치적인 배경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신정아로부터 "도덕관념은 제로였다"는 혹평을 받은 정운찬 전 총리는 지난 22일 측근을 통해 "신정아의 주장은 언급할 가지조차 없는 거짓"이라며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한 반발을 보였다.

    현재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위원장으로서의 직무를 중단한 채 이번주까지 예정된 공식 스케줄을 대부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문으로 보궐선거 출마 자체가 힘들어진 정 전 총리는 아직까지 신정아의 책자에 대해 이렇다할 대응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신정아의 말 한 마디로 정치 인생에 치명상을 입은 만큼 법적 대응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정아의 에세이집을 살펴본 한 법조계 인사는 책 내용에 심각한 명예훼손 우려가 있는 대목이 상당수 있다며 향후 에세이집과 관련한 법적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단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여부도 중요하겠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개인의 신상 정보가 알려지고 특정인에게 흠집이 날 수 있는 과거사가 공개됐다는 점 자체는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정아의 자전적 에세이 '4001'은 22일 하루 동안만 2만 여부가 넘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초판 인쇄 물량 5만부는 수일 내로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신정아가 소송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책자를 발간한 목적 자체는 불분명한 상태지만, 일단 노이즈 마케팅이 대성공을 거뒀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