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목과 불화의 원인은 어디에
     
    한 때 흔하던 과격시위도 이젠 좀 잠잠해졌고 우리 사회가 안정과 평화를 되찾을만한 때가 된 것도 사실인데 왜 이렇게 불안하기만 한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습니다. GDP가 2만 달러를 넘었다면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여유 있는 나라가 된 셈인데 ‘빈익빈 부익부’니 ‘양극화 현상’이니 하며, 국민여론의 대변자인 언론은 밤낮 죽는 소리만 합니다. 어쩌다 나라가 이 꼴이 됐지요.

    세계적으로 경제가 위기에 직면하여, 잘사는 나라들도 어쩔 수 없어서 우리도 이렇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우만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의 난국은 그 원인이 정치에 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대통령의 책임입니다. 본디 정치에는 관심도 없고 능력도 없는 터이라 국민이 믿고 따를 만한 무슨 큰일을 해냈어야 하는데 손발이 묶여서 어쩔 수가 없었던 지난 3년이었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 하나도 추스르지 못하니 여당이 여당 구실을 못하고, 날마다 들리는 건 잡음 뿐입니다. 여당이 여당 구실을 제대로 못하면 야당이 야당 구실을 제대로 할 리가 없습니다. 대통령은 교향악단의 지휘자와 같은 존재인데 단원들이 아무리 준비가 잘 돼 있어도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으려고도 안 하는 교향악단의 훌륭한 공연을 기대할 수가 있겠습니까. 연주가 시작되지 않으므로 단원들은 농담이나 주고받다가 말다툼, 주먹질이나 하는 판이니 ‘공연 부재’이고 ‘정치 부재’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시장 시절에 ‘청계천 복원’의 꿈을 실현하여 한국과 일본과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런 꿈을 안고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살리기’를 계획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는 대통령의 꿈을 산산조각이 나게 하였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명박은 재기가 불가능한 정치 지도자가 된 것입니다.

    누가 그의 손과 발을 묶어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는가. 그 악당에게 학술적 이름을 붙인다면, ‘집단 이기주의’ 또는 ‘지역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참으로 더럽고 고약한, 인간이라는 이름의 동물이 지닌 악독한 습성입니다. 그것은 일종의 정신적 질환입니다. 죽어야 낫는 고질입니다. 그러나 그런 인간들이라고 하더라도 오늘이 6.25 사변의 전야를 방불케 하는 위기의 밤이라는 사실을 깨닫기만 한다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깨달을 수만 있다면, 희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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