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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우리가 홍어 거시기여?”
▶ “이런 디서 살어두 짐작이 천리구 생각이 두 바퀴란다. 말 안 허면 속두 읎는 중 아네. 촌것이라구 엽신여기다가는 불개미에 빤스 벗을 중 알어라. 위에서 시키는 것도 반은 빌구 반은 눌러도 들을지 말지 헌 게 촌사람들이여.” (이문구의 소설 ‘우리동네’ 중에서)
충청도 사람들의 고집스러우면서 의뭉스러운 기질이 감칠맛 나는 토속어로 잘 표현돼있다.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소설가 이문구 씨는 ‘관촌수필’등 그의 소설에서 충청도 특유의 토속어를 발굴, 자유자재로 구사해 문학청년들을 좌절시켰다. 스승 김동리 선생은 그를 추천하면서 “우리나라 문학계에 가장 이채로운 스타일리스트를 얻게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할 정도였다.
▶ 대전지법 천안지원에 근무했던 한 판사는 몇 해 전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법정 태도를 통해 피고인들의 지역색을 나름대로 구분했었다. 경상도 사람들은 목소리가 커서 조정이 안 될 것 같은데 막상 합의에 들어가면 의외로 잘 된다고 했다. 충청도 사람들은 고집이 세어서 조정이나 화해가 잘 안 되는 편이란다. 전라도 사람들은 관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지고, 서울이나 수도권 사람들은 권리의식이 강하다고 했다.
5공 시절 운동권학생들을 취조하던 수사관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일화가 있다. 경상도 출신은 족치면 다 불고, 전라도 출신은 족친만큼만 불고, 충청도 사람은 아무리 족쳐도 “몰류” “잘못 보셧슈” “당췌 뭔소린지 몰것슈”하고 잡아떼 결국 풀어줄 수밖에 없는데 나중에 알고 보면 그 사람이 바로 수사관들이 찾던 인물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 충청도 사람들의 이런 기질은 그 연원이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정복자가 수시로 바뀌는 특수한 상황에서 터득한 생존방식이라는 데 충청도 사람들도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나 삼국시대도 아닌 현대에 충청도가 여전히 정복자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데 충청도 사람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매달리지도 않았는디 지들이 표 얻을라고 약속해놓고 지금 와서 딴소리 하니 뭘 믿것슈” “이 사람 저 사람 과학벨트는 공약대로 충청도에 가야 한다고들 말들 하지만 말끝을 보면 꼭 그런 것만두 아닌가봐유”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놓고 경상도가 반으로 갈라져 박터지게 싸우는걸 보고 울들은 양반이라고 하는디 우리가 조용헌께 속두 없는지 아나봬.”
요즘 충청도 가면 홍어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 “충청도는 홍어 거시기여?”





